융: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데 시간을 어떻게 쓰는 편이에요?
수민: 의외로 약속을 잘 안 잡아요. 막상 만나면 재밌고 좋은데 일주일에 너무 많이 잡으면 힘들더라고요. ‘내가 나를 위해서 아무것도 못 했네'란 느낌이 들면 아까워요. 나의 발전을 위해 내가 꺼내놓는 시간이 없으면 힘들어요.
융: 저도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고. 이것도 맞는데 나와의 시간이 꼭 필요해요. 이것도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나랑 하는 약속이거든요. 요즘에는 뭐에 집중하고 있어요?
수민: 수리요. 수리 말고는 곧 전시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제가 찍어온 사진을 돌아보면서 직접 인화해서 하는 첫 사진전이에요. 집에서 인화할 거예요. 그리고 다음 책은 사진에 관해 쓰고 싶은데 깊게 쓰고 싶어요. 그래서 시간이 필요해요. 손에 잘 잡히는 글은 항해에 대한 글이더라고요.
융: 수리를 위해서는 시간을 많이 쓰잖아요. 어떻게 데려오게 된 거예요? 지금 수리 보면 그냥 여기 계속 살았던 애 같아요.(웃음)
수민: 혼자 있으면서 무심결에 유기견들을 찾아봤는데 그게 위험하더라고요. 눈에 밟혔어요. 너무 새로운 경험이에요. 엄마가 이해돼요. 왜 그렇게 제 고삐를 당겼는지 알겠어요.
수리를 혼낼 일이 생겨요. 근데 소리 지르고 나면 너무 안 된 거예요. 트라우마 생길까 걱정되고. 길거리 음식을 먹어서 당기는데도 컨트롤이 안 돼서 길거리에서 울뻔한 적이 있어요. 그때 0.1초 괜히 데려왔다 생각을 하고 무서웠어요. 그렇게 생각 많이 하고 결심해놓고 스스로가 너무 싫었어요. 그때 엄마도 이런 생각을 했겠지? 싶더라고요. 누군가를 키운다는 건 책임감이 엄청난 일이에요. 정말 다른 경험이에요.
융: 저는 과학 소설을 좋아하니까. 최근 읽은 책에서 로봇, 인간의 차이에 있어 ‘사랑’과 묶여서 나오는 게 ‘책임감’이더라고요. 이게… 효율적이지가 않잖아요 사랑은. 로봇, 인공지능은 효율적인 결과를 내게 만들어졌는데. ‘책임감을 위해 그게 깨질 때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는데 그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수민: 신기하고 재밌는 얘기에요. 뭐가 진짜 중요한지 생각하면 많은 걸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수리 건강이 중요하니까 예절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도 조금 자제하게 되더라고요.
융: 이제 이야기 막바지인데요. 얘기를 들으면서 용감하지만, 한편으로 외로움도 많이 탄다고 느꼈어요. 그래도 계속하는 원동력이 있어요?
수민: 결국엔 나누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수리 이야기도 계속 느끼는 걸 나누잖아요. 나로 인해서 누가 데려오면 좋은 일이고. 수리가 귀여운 것도 좋은 일이죠.
융: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사이더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수민: 하고 싶은 게 많은 건 너무 행복한 일이에요. 반대는 많이 들어봤거든요.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 그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대답해요. 반면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면,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걸 당장 하면 돼요! 진짜 하고 싶으면 행동이 먼저 나갈 거예요. 고민하는 자체가 아직은 하고 싶은 게 아닐 수도 있어요. 관심이 가는 단계인 거죠.
제가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도 하고, 항해도 하고, 지금은 다시 평범해졌잖아요. 제가 느끼기에 지금의 전 안정적이거든요. 전 이것도 즐기고 있어요. 또 다른 굴레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다릴 줄 알게 됐어요. 다른 분들도 자기가 다음 시점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궁리하느라 바쁘기보단 하루하루 즐기다 보면 그게 매일이 되고, 인생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 속도를 지키며 현재에 집중해보세요!
융: 마지막 질문이에요. 보통은 첫 질문으로 던지는데 지금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요?
수민: 지금은. 그래도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에요. 그게 제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