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삼림, 윤병주


글: 정혜윤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숲

을지로 필름 현상소 망우삼림



을지로 3가 역 12번 출구로 나오면, 오래된 창문이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있다. 초록색의 빈티지한 커튼 너머 붉은 네온사인으로 적힌 네 글자. 忘憂森林. 망우삼림. 


휴대폰으로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이제는 AI로 원하는 장면까지 즉시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필름 사진은 조금 다른 시간을 요구한다. 기다려야 하고, 실패할 수도 있으며, 현상이 끝날 때까지 어떤 장면이 남아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굳이 을지로까지 찾아와 망우삼림에 필름을 맡긴다. 단순히 현상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 공간을 방문하는 작은 즐거움까지 함께 경험하기 위해서다.


4층에 자리한 ‘20세기 인쇄사무실’까지 이어지는 공간에는 윤병주 대표가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한 취향이 가득하다. 전 세계를 뒤져 찾아낸 VHS 플레이어, 오래전 공장장까지 수소문해 제작한 군납 철제 테이블, 홍콩 영화의 잔상, 남미 여행의 기억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발견한 것들이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장사를 하고 싶었던 것도,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는 윤병주 대표.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창문 하나에서 시작된 현상소는 어느덧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어 8년째 자신만의 속도를 지켜오고 있다. 20세기 인쇄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느리게 가는 삶과 자기만의 일을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About          Mangwoosamlim

Started        2018년 

Base                 서울 을지로

Category        사진, 공간

Concept       필름이라는 느린 과정을 통해 기다림의 즐거움과 아날로그적 감각을 나누는 을지로의 필름 현상소




About         Mangwoosamlim

Started       2018년 

Base            서울 을지로

Category   사진, 공간

Concept     필름이라는 느린 과정을 통해 기다림의 즐거움과 

                      아날로그적 감각을 나누는 을지로의 필름 현상소


Scene 01. The First Spark 

처음 불이 켜진 순간

망우삼림은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계획보다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던 하나의 장면에서 시작된 공간이다.


윤병주 대표는 미술 작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현실적인 이유로 1년간 휴학을 하고 강남의 한 사진관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몇 년 전 잠시 일했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일을 다시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필름 시장은 거의 끝물처럼 보였다. 하루에 20~30 롤 정도 들어오던 필름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늘어나더니, 그가 1년의 일을 마무리할 무렵에는 하루 100 롤 가까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는 필름 시장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체감하고 있었다.


“그때가 필름의 최저점 같은 시기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더라고요. 주식으로 치면 저점매수였던 셈이죠.”


다시 현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필름 시장의 변화는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남았던 것은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손님들은 점점 더 많이 찾아오는데 당시의 현상소는 대부분 필름만 맡기고 바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앉을자리도, 잠시 머물 공간도 없었다. 



필름을 맡기러 온 사람들이 잠깐 쉬어가고,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남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장사를 시작할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한 번 장사를 시작하면 다시는 예술 작업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몇 개월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우연히 을지로에 오게 된다. 원래 나가려던 출구가 아닌 다른 출구로 올라왔고, 그 순간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는 건물을 발견했다.


그를 붙잡은 것은 ‘힙지로’로 뜨고 있던 을지로 상권도, 유동인구도 아니었다. 건물 외벽에 보인 창문이었다.


건물 3층에 세 면이 커다란 창으로 시원하게 열려 있는 공간. 그 순간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남아 있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쉘 위 댄스> 속 창가에 서 있던 여자 무용수의 모습. 어린 시절 봤던 영화 속의 한 장면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가, 을지로의 오래된 건물 앞에서 다시 떠올랐다.


한 번 장사를 시작하면 다시는 예술 작업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몇 개월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우연히 을지로에 오게 된다. 원래 나가려던 출구가 아닌 다른 출구로 올라왔고, 그 순간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는 건물을 발견했다.


그를 붙잡은 것은 ‘힙지로’로 뜨고 있던 을지로 상권도, 유동인구도 아니었다. 건물 외벽에 보인 창문이었다.


건물 3층에 세 면이 커다란 창으로 시원하게 열려 있는 공간. 그 순간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남아 있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쉘 위 댄스> 속 창가에 서 있던 여자 무용수의 모습. 어린 시절 봤던 영화 속의 한 장면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가, 을지로의 오래된 건물 앞에서 다시 떠올랐다.



“장사를 하고 싶다가 아니라, 

저 공간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망우삼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계획보다는 직감에 가까웠고, 전략보다는 마음속의 장면에 가까웠다. 마침 2층에 부동산이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전화였다면 가격을 묻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비싼 가격을 듣고 주눅 든 채 전화를 끊는 과정이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에 바로 부동산이 있었기에, 그는 즉흥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임대료를 물었다.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은 카페로 용도 변경이 어려워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카페가 하고 싶다며 찾아오던 사람들을 돌려보내느라 바빴던 부동산은 ‘사진관’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화색이었다.


예상외로 생각보다 괜찮은 임대료였다. 레트로한 을지로의 분위기와 필름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사실도, 지하철 옆 바로 앞에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는 사실도 처음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갖고 싶었던 그 창문과 마음속에 떠올린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공간을 계약하고, 망우삼림을 열었다. 돌이켜보면 많은 것들이 우연처럼 맞아떨어졌다.




“살다 보니 인생 대부분이 그렇게 흘러가더라고요. 지나가 보니 어마어마한 운이었네 싶은 일들이요. 잘되면 운이 좋았던 거라 생각하게 되고, 안 되면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에요.”


처음 시작할 때의 불안함도 물론 있었다. 미술 작업을 하던 사람이 장사를 시작하는 일이었고, 잘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하지만 확신보다 더 강했던 것은 눈앞에 떠오른 장면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였다.


“저는 뭘 계산해서 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이 머리에 들어오면 그걸 어떻게든 만들고 싶어지는 타입이에요.”


작업실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듯, 윤병주는 공간을 캔버스 삼아 망우삼림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탄생한 필름 현상소는 어느덧 8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현상하는 숲이 되어주고 있다.




Scene 02. Building a Universe

세계관을 설계하는 일




망우삼림에는 브랜딩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한 ‘다움’이 녹아 있다. 독특한 공간이지만, 윤병주 대표는 이것을 ‘브랜딩’이라고 생각하며 만든 적은 거의 없다. 


“브랜딩이라는 단어 자체가 저한테는 되게 낯설었어요.”


대신 그에게는 아주 선명한 이미지들이 있었다. 어떤 창문, 어떤 조명, 어떤 장면, 어떤 공기. 그는 기능과 효율보다 감각을 먼저 떠올렸다.


그래서 망우삼림은 일반적인 현상소와는 다른 모습이 되었다. 카운터는 공간 한가운데 놓여 있고, 필름을 자르고 거는 과정은 손님들 앞에서 그대로 펼쳐진다. 동선만 생각하면 비효율적인 구조다. 하지만 그는 장면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 되기를 바랐다.


“들어왔을 때 필름을 걸고 자르는 모습이 우아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간판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간판보다, 한 번쯤 궁금해서 들어오게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망우삼림의 세계관은 그렇게 ‘효율’보다 ‘장면’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원하는 VHS 플레이어 하나를 찾기 위해 미국 빈티지샵들을 모두 검색했고, 근처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수소문해 어렵게 한국으로 들여왔다. 원하는 철제 테이블을 찾기 위해 전국의 고물상을 몇 달 동안 돌아다니기도 했다.


홍콩 영화의 정서, 남미 여행의 기억, 일본 버블 경제 시절의 시티팝 분위기, 오래된 미국 빈티지 문화의 결.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발견한 취향들이 자연스럽게 한 공간 안에 쌓여갔다. 망우삼림의 세계관은 누군가가 기획해서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취향이 천천히 축적되며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8년 동안 망우삼림을 애정해온 이유 역시 필름 현상 기술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결과물을 받기 위해서만 이곳을 찾지 않는다. 필름을 맡긴 뒤 공간을 둘러보고, 창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구석구석 놓인 물건들을 구경하다가 한두 장의 사진을 더 남기고 돌아간다. 필름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망우삼림은 현상소이면서 동시에 을지로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목적지가 되었다. 


“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간의 결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필름 사진은 디지털 사진과는 다른 감각을 열어준다. 입자감과 색감, 그리고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 그런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을지로의 오래된 골목과 망우삼림의 분위기에도 끌린다. 









이름도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탄생했다. 


'망우삼림(忘憂森林)'은 대만에 실제로 존재하는 숲의 이름이다. 오래전 연인에게 처음 들었던 장소였고,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숲'이라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사진은 기억하는 행위인데, 역설적으로 잊게 해준다는 의미가 좋았어요.”


필름은 기록을 남기는 일이지만, 때로는 지나간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여행의 추억을 맡기러 오고, 누군가는 오래된 연인의 사진이 담긴 필름을 가져온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셔터를 누르고, 어떤 사람은 지나간 시간을 다시 꺼내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망우삼림은 기억을 붙잡는 공간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시간을 잠시 머물게 했다가 다시 흘려보내는 숲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Scene 02. Building a Universe
세계관을 설계하는 일


망우삼림에는 브랜딩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한 ‘다움’이 녹아 있다. 독특한 공간이지만, 윤병주 대표는 이것을 ‘브랜딩’이라고 생각하며 만든 적은 거의 없다. 


“브랜딩이라는 단어 자체가 저한테는 되게 낯설었어요.”


대신 그에게는 아주 선명한 이미지들이 있었다. 어떤 창문, 어떤 조명, 어떤 장면, 어떤 공기. 그는 기능과 효율보다 감각을 먼저 떠올렸다.


그래서 망우삼림은 일반적인 현상소와는 다른 모습이 되었다. 카운터는 공간 한가운데 놓여 있고, 필름을 자르고 거는 과정은 손님들 앞에서 그대로 펼쳐진다. 동선만 생각하면 비효율적인 구조다. 하지만 그는 장면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 되기를 바랐다.


“들어왔을 때 필름을 걸고 자르는 모습이 우아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간판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간판보다, 한 번쯤 궁금해서 들어오게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망우삼림의 세계관은 그렇게 ‘효율’보다 ‘장면’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원하는 VHS 플레이어 하나를 찾기 위해 미국 빈티지샵들을 모두 검색했고, 근처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수소문해 어렵게 한국으로 들여왔다. 원하는 철제 테이블을 찾기 위해 전국의 고물상을 몇 달 동안 돌아다니기도 했다.


홍콩 영화의 정서, 남미 여행의 기억, 일본 버블 경제 시절의 시티팝 분위기, 오래된 미국 빈티지 문화의 결.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발견한 취향들이 자연스럽게 한 공간 안에 쌓여갔다. 망우삼림의 세계관은 누군가가 기획해서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취향이 천천히 축적되며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다.







이름도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탄생했다. 


'망우삼림(忘憂森林)'은 대만에 실제로 존재하는 숲의 이름이다. 오래전 연인에게 처음 들었던 장소였고,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숲'이라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사진은 기억하는 행위인데, 역설적으로 잊게 해준다는 의미가 좋았어요.”


필름은 기록을 남기는 일이지만, 때로는 지나간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여행의 추억을 맡기러 오고, 누군가는 오래된 연인의 사진이 담긴 필름을 가져온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셔터를 누르고, 어떤 사람은 지나간 시간을 다시 꺼내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망우삼림은 기억을 붙잡는 공간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시간을 잠시 머물게 했다가 다시 흘려보내는 숲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8년 동안 망우삼림을 애정해온 이유 역시 필름 현상 기술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결과물을 받기 위해서만 이곳을 찾지 않는다. 필름을 맡긴 뒤 공간을 둘러보고, 창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구석구석 놓인 물건들을 구경하다가 한두 장의 사진을 더 남기고 돌아간다. 필름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망우삼림은 현상소이면서 동시에 을지로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목적지가 되었다. 


“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간의 결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필름 사진은 디지털 사진과는 다른 감각을 열어준다. 입자감과 색감, 그리고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 그런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을지로의 오래된 골목과 망우삼림의 분위기에도 끌린다.



프로필 사진 하나에도 그의 성향이 드러난다.


망우삼림의 카카오톡 채널과 SNS 프로필에는 오랫동안 1950년대 여성의 증명사진이 사용되고 있다. 사진관을 시작하며 증명사진이라는 상징을 오래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손님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미지가 되었지만, 가지각색의 반응이 있었다. 새벽에 카카오톡 알림이 뜨면 무섭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프로필 사진 때문에 채널 추가를 망설였다는 손님도 있었다. 그럼에도 쉽게 이미지를 바꾸지 못했다.


“무언가를 할 때 깊게 해석하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맞다고 느껴서 사용한 거예요.”


망우삼림에는 이런 작은 고집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윤병주 대표는 스스로를 설명할 때 종종 '반골 기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조금 비껴서 있는 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유행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만의 취향과 시선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에는 가치가 있어요. 그런데 그걸 존중하면서도 나만의 무언가를 찾으려는 마음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망우삼림을 사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설계된대로 잘 만들어진 브랜드라서가 아니라, 취향과 시간, 기억이 오랜 세월 동안 자연스럽게 축적되어 있는 공간이라서.

이곳에는 유행보다 취향이, 효율보다 장면이, 전략보다 시간이 먼저 존재한다

Scene 03. Portfolio Closeup

작업물 클로즈업

윤병주 대표

망우삼림과 20세기인쇄사무실의 주인장 윤병주 대표                                                                                                      

  

창문

망우삼림을 시작하게 만든 첫 장면.
영화 속 기억과 현실의 공간이 겹쳐진 창문은 지금도 공간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커튼과 빛

망우삼림은 빛으로 기억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흔들리는 커튼과 오래된 빛의 결은 필름 사진의 감각과 닮아 있다. 


중앙에 위치한 카운터

효율적인 구조는 아니지만, 가장 망우삼림다운 장면을 만드는 공간.
필름을 자르고 거는 순간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 된다.


1950년대 여성 증명사진

망우삼림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되고 있는 오래된 여성의 증명사진. 

사진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증명사진’을 상징하는 이미지이자, 오래된 시간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취향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오랫동안 디깅하고 모은 물건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의 감각을 완성하는 중요한 조각들이다.


Scene 03. Portfolio Closeup 

작업물 클로즈업

윤병주 대표

망우삼림과 20세기인쇄사무실의 주인장 윤병주 대표   

창문

망우삼림을 시작하게 만든 첫 장면. 

영화 속 기억과 현실의 공간이 겹쳐진 창문은 

지금도 공간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커튼과 빛

망우삼림은 빛으로 기억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흔들리는 커튼과 오래된 빛의 결은 필름 사진의 감각과 닮아 있다.

중앙에 위치한 카운터

효율적인 구조는 아니지만, 

가장 망우삼림다운 장면을 만드는 공간.
필름을 자르고 거는 순간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 된다.

취향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오랫동안 디깅하고 모은 물건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의 감각을 완성하는 중요한 조각들이다.

1950년대 여성 증명사진

망우삼림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되고 있는 오래된 여성의 증명사진. 

사진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증명사진’을 상징하는 이미지이자, 오래된 시간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Scene 04. Ways of Working 

일의 리듬을 만드는 법

윤병주 대표에게 하루 루틴을 묻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없습니다.”


대신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고 했다.


“인생은 되는 대로, 오늘 하루는 성실하게.”


망우삼림의 리듬은 정교한 시간표보다, 그날 주어진 하루에 가깝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필름 200 롤이 밀려 있으면 그날은 그냥 200 롤을 한다. 새벽 1시에 끝나면 그것이 그날의 하루다. 반대로 비가 오고, 손님이 적을 것 같고, 마음이 어딘가로 향하면 훌쩍 떠나기도 한다.


“오늘 눈 딱 떴는데 비가 오네? 그러면 비행기표 알아봐요.”


계획 없음과 성실함이 이상하게 공존하는 방식. 그것이 망우삼림을 오래 지속시킨 리듬이다.


윤병주 대표는 스스로를 쉽게 지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단거리 달리기는 잘 못했지만 오래달리기는 늘 잘했다고 한다. 군 생활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버티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번아웃’이나 ‘지쳤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힘들면 억지로 버티기보다 잠시 떠난다. 하지만 무책임하게 일을 미뤄두고 떠나는 것은 아니다. 


망우삼림은 생각보다 노마드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상과 스캔은 오랫동안 함께해온 직원들이 맡고, 그는 결과물을 확인하고 손님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도 저녁이면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이어간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저는 어디서든 일할 수 있어요.”

함께 일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직원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미술하는 친구들이다. 대학과 대학원 시절의 인연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이 많다. 


그는 사람을 뽑을 때 작업 포트폴리오를 유심히 본다고 한다.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작업해 온 흔적 속에서 그 사람의 성실함과 태도를 읽기 위해서다. 




“예술가들은 즉흥적일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성실한 사람들이거든요.
 매일 자리에 앉아 작업하는 사람들이 좋은 작업을 만들더라고요.”

번뜩이는 재능보다도 꾸준히 자신의 작업을 이어가는 태도. 망우삼림은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지켜온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져 왔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 함께한 멤버들이 많고, 서로의 리듬을 이해하는 관계가 자연스럽게 쌓여왔다. 덕분에 그는 일을 분산해 맡기고, 때로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일하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분명하다.


“거짓말하지 말자. 쪽팔리지 말자.”


이 말의 시작에는 오래된 경험이 있다. 2008년 인도 여행에서 찍어온 필름 30롤 중 가장 기대했던 두 롤이 현상 과정에서 사라진 적이 있었다. 당시 현상소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훗날 직접 현상 일을 배우면서 그것이 현상소의 실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를 오래 괴롭힌 것은 필름이 망가졌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시간을 잃어버려야 했다는 감정이었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망우삼림을 운영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숨기지 않는 태도다. 가게의 자존심이나 손해를 이유로 거짓말하지 않는 것. 부족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사과하는 것. 필름 한 롤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누군가의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손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서비스업에는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가게가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믿지도 않는다. 공간마다 성격이 다르고,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듯 가게 역시 저마다의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바꾸기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식을 지켜가는 것. 그것 역시 망우삼림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태도다. 


그는 망우삼림을 더 크게 키우는 것에도 큰 욕심이 없다. 지금의 공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결을 유지한 채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한다.


그것이 사업적으로 효율적인 방식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더 큰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스템을 만들고, 자신의 기준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망우삼림을 억지로 키우기보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모든 일이 반드시 확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신 언젠가 새로운 공간이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면, 그때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협업하며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 그는 다시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업과 운영에 집중하며 잠시 멀어졌던 작업자의 시간을 다시 꺼내보고 있는 중이다. 사진을 찍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천천히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랜만에 개인적인 마음으로 필름 카메라를 들었을 때, 그는 잊고 있던 즐거움을 다시 발견했다.

“이게 이렇게 재미있었나 싶었어요.”

20년 넘게 사진을 해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진은 일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결과물이 아닌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노출을 맞추고, 포커스를 맞추고, 실패를 기다리는 과정. 그는 이 감각이 AI 시대에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결과물은 AI가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과정은 대체가 안 돼요.”


모든 것이 점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변하는 시대.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빠른 결과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느린 시간을 그리워한다. LP를 꺼내 음악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처럼 말이다.


“효율이 너무 만연해지면 사람들은 다시 비효율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오히려 필름의 미래를 낙관한다. 빠르게 만들어낸 결과보다, 천천히 만들어가는 경험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망우삼림이 오랫동안 지켜온 것은 사진만이 아니다. 빠른 시대 속에서도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인터뷰의 마지막, 윤병주 대표에게 자기만의 일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예상보다 솔직한 대답을 내놓았다.

“모두가 다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누구나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바깥에서 답을 찾기보다, ‘자기만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


“자기 방이랑 옷장, 그리고 인스타 알고리즘만 봐도 답이 나와요.”


내가 반복해서 사는 물건은 무엇인지, 어떤 사진에 오래 머무는지, 어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지. 남들이 좋다고 해서가 아니라,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도 계속 끌리는 것들. 그는 그런 취향의 흔적들이 한 사람을 만든다고 믿는다.


망우삼림도 거창한 사업 계획이나 치밀한 브랜딩 전략에서 출발한 공간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영화 속에서 본 한 장면,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물건들, 여행에서 얻은 기억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지켜오고 싶었던 취향이 천천히 쌓여 지금의 망우삼림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유행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보다 자신만의 감각을 발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만큼의 축적된 시간이 있어야 남들과는 다른 아웃풋이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다름은 특별한 재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자기만의 일을 만든다는 것도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빠르게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오래 좋아한 장면 하나를 끝까지 붙잡고 살아가는 일.


망우삼림이 8년 동안 자신의 속도로 시간을 현상해왔듯, 사람의 취향과 세계관 역시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천천히 좋아하고, 오래 반복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쌓아가는 것.


대단한 계획이 없을지라도, 마음속에 남는 장면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자기다움’을 만들어간다.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


SIDE에선 의심 대신 응원을,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하기 전에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여러분의 스펙트럼이 펼쳐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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