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롤리님의 원동력은 뭐예요?
롤리: 멈춰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해변가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으면 파도에 올라타고 싶은 욕구가 생겨요. 크든 작든 일단 올라타 보고 싶은 마음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새로운 일을 할 때 확실히 에너지가 많이 생기고, 그 에너지가 다른 일에도 부스터 역할이 되어줘요.
융: 사이더들은 다 공감할 것 같아요.
롤리: 나는 왜 이러지, 이런 생각도 많이 했는데요. 가만히 있는 나 자신을 잘 못 봐요. 파도에 올라탄 순간이 제일 재밌는데 파도가 잔잔해지면 또 흥미가 떨어지는 거예요. 어떤 일을 할 때 에너지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시작할 때 저는 80~90%를 쓰는 거죠. 그래서 이제 방법을 찾은 게 오롤리데이의 대표니까 제가 앞을 뚫으면 함께 해줄 동료들을 찾는 거죠. 시작은 약해도 끝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사람도 있고, 정말 꾸준한 사람이 있고.

융: 파도를 같이 항해할 사람을 찾는 거네요.
롤리: 우리 팀원들도 다양한 성향이 있거든요. 저는 누군가에게 불을 지펴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이들을 설득시키면 팀원들이 움직이는 거죠. 혼자서 뭘 하기보다는 팀으로 움직이고, 팀이 균형을 찾을 때 저도 제 삶에 밸런스가 찾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융: 범주가 없는 브랜드라는 것도 기대돼요.
롤리: 처음에는 문구로 시작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카테고리가 하나씩 붙고 진화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 오롤리데이 작품이 옵션까지 다 해서 700가지가 넘어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브랜드가 되니까 콘텐츠도 만들기 시작했어요. 왜 제품과 콘텐츠를 만드는지 WHY를 던지다 보니 그 끝엔 행복이란 메시지가 있더라고요.
오롤리데이 유튜브 댓글에 우리가 제품 회사인지 콘텐츠 회사인지를 묻는 질문이 있었어요. 누군가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내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게 제품이든 콘텐츠든 커뮤니티든 공간이든 범주는 상관이 없어요. 수단과 방법은 상관이 없고 목표만 있는 거예요.
융: 브랜드도 진화하고, 롤리님도 그에 맞춰서 진화한 것 같아요.
롤리: 빠르게 변화하고, 실패하고, 시도하다 보니까 진화가 빠른 게 강점이에요. 경험만한 통찰이 없는 것어요. 내 몸에 부딪히는 것만 한 영감은 없어요. 모든 게 다 변할 거라면 빠르게 좋은 쪽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좋지 않을까요.
융: 사이드 단골 질문이에요. 롤리님이 알을 깨고 나왔던 시기는 언제예요?
롤리: 17살 때부터 혼자 살면서 알 아래서 발버둥 쳤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무조건 착한 아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가면이 있었어요. 고등학생 때 가정이 붕괴되면서 너무 슬펐지만, 학교에서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집에서 울고 그랬거든요. 그게 몸 안에 상처로 쌓여 있다가 터진 시기가 21살 때예요. 그때 터진 트리거는 당시 만나던 남자 친구였어요. 내가 유일하게 가면 뒤의 모습도 보여줬던 사람이 떠나는 걸 겪으면서 처음에는 단순히 이별해서 힘든 건 줄 알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힘들었던 것들이 내 안 깊숙이 숨어있다가 한꺼번에 터진 시기 같아요.
괴로운 시기에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았는데 그때 한 권의 책을 봤어요. 그게 <시크릿>이에요. 그 책을 읽고 생각 전환을 했어요. 긍정적인 걸 만들어가는 것도 나고, 내 안에서 계속 주문을 걸다 보면 좋은 일이 다가올 거라는 말을 믿기 시작했어요.
또 다른 책에서 매일 밤 자신에게 편지를 쓰라는 말이 있었어요. 제3의 인물이 돼서 나를 들여다보는 거예요. 친구가 나랑 같은 상황에 있다면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상상하면서 매일매일 나에게 편지를 썼어요. 몇 주 썼을 거예요. 쓰고 자면 다음 날 에너지가 조금 올라와 있어요. 이만큼 차고, 차고 하다가. 어느 날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드는 거예요. 22살이 된 새해에 그런 감정을 느꼈어요. 그때가 알을 깨고 나온 시기에요. 그때부터 더 본격적으로 주도적으로 살기 시작했어요. 학회장도 하고, 전액 장학금 받고. 삶에서 제일 열심히 살았던 시기예요.

융: 지금도 열심히 살고 계시잖아요. 내가 나를 믿어줬을 때 일어나는 일들이 있죠. 이게 되네? 하는. 지금까지 롤리님이 살아온 방식에서 다 드러나는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일, 앞으로 할 일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만든다면 어떤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을까요?
롤리: 그게 비해피어(be happier)일 것 같아요. 행복해지는 건 나의 의지고, 해피어를 만드는 건 본인밖에 없어요. 그래서 밑미에도 뛰어든 거예요. 궁극적인 메시지가 통하니까요.
융: 며칠을 연달아 쉬지는 못해도 중간중간 몸과 마음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어요?
롤리: 관리라기보다는, 제가 힘든 걸 바로 알아챌 수 있었던 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이에요. “왜"가 정말 중요해요. 일을 할 때도 이유를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면 누구도 설득할 수 없어요. 질문이 제가 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 같아요. 질문하는 삶이 건강한 삶인 것 같아요.
융: 좋은 질문은 인생의 방향을 더 좋게 만든다는데 동의해요.
롤리: 모든 게 변하는데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멈춰 있거나 도태되기 쉬워요. 멈춰있는 것도 본인이 선택한 거면 상관이 없어요. 그 선택도 질문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니까요. 결국 모든 게 내 선택이고 얼마나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사느냐가 행복을 유지하는 비결 같아요.

융: 앞으로는 어떤 걸 해보고 싶어요?
롤리: 당분간 오롤리데이에 딥 다이빙하고 싶어요. 지금 저는 오롤리데이가 너무 재밌어요. 같이 일하는 팀원들을 많이 아껴요. 이런 사람들과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사이드 일보다는 여기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융: 마지막으로 사이더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롤리: 다능인이라고 해도 정확하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방황할 때 있거든요. 다 좋아서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어렵고, 그래서 한 분야를 디깅 해서 흠뻑 빠져 있는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었어요. 내게 진짜 중요한 것. 전력을 다해야 할 것. 가볍게 해야 할 것. 처음에는 잘 구분을 못했는데 지금은 조금 알게 되었어요. 이것도 결국 경험에서 오는 거니 많이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모든 게 다 내 삶의 데이터베이스가 돼요. 내 안에 얼마나 데이터베이스가 견고하게 쌓이느냐가 궁극적으로 나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인 것 같아요.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건 사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걸 수도 있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 두려움을 얼마나 잘 타파하느냐가 경쟁력이에요. 시도하지 않고 머릿속에만 있어도 에너지와 시간을 쓰는 건 똑같아요. 머릿속에 있는 고민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다면 일단 그냥 해보세요. 요즘엔 빨리 그만둔다고 아무도 뭐라고 하는 세상이 아니거든요.
이미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는 분들은 저처럼 질문을 많이 해보세요. 질문을 통해서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뭔지,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계속 물어보는 작업이 필요해요. 저도 계속 질문을 던지는 사람으로서 이제 조금 내가 해야 될 일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백세시대에 앞으로 살 날이 많잖아요. 많이 부딪혀보고, 실패해 보고. 결국엔 많이 해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