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X 굿수진 | DREAM
SIDE X 굿수진 | DREAM
DREAM
하고싶은 일, 그 당연한 일을 합니다
김해에서 태어난 하와이안, 굿수진

꿈. 다르게 말하면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 꿈이 없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 세상이고 그 말에도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꿈은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게끔 용기를 주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떤 일을 꼭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 걸음씩 내딛는 그 반짝이는 마음을 조명하고 싶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강렬하게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꿈을 꾸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본명은 구수진. 별명은 굿수진. 현재는 패션 스타트업의 마케터로 브랜드의 유튜브를 담당하며 영상 PD의 역할도 하고 있지만, 그는 뼛속까지 모험가에 가깝다. 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하고 코오롱 스포츠가 후원했던 ‘오지 탐사대' 출신으로 세계의 고산을 오른 경험이 있고, 태국 시골 마을에서 6개월을 살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홍보 회사에서 일하다가 현재 회사에서 일하기 직전까지 세계 여행을 3년 정도 하고 돌아왔다. 힐리스 타기, 서핑 배우기,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기 등. 버킷 리스트를 쭉 적고 하나둘씩 그어 내려갔다. 해외에서 바텐더, 호텔 하우스키퍼로 일한 적도 있으며 최근에는 회사에 다니며 자신의 여행 경험을 담은 독립출판물 <하와이, 나의 소울컨츄리>를 만들었다.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마케터, 탐험가, PD, 서퍼,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그를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는 많지만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김해에서 태어난 하와이안. 바다와 파도, 서핑을 좋아합니다." 마음속에 언제나 바다와 파도를 그리는 사람 수진과 ‘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해에서 태어난 하와이안, 굿수진
김해에서 태어난 하와이안, 굿수진
2014년, 나를 알기 위해 떠난 세계 여행 
크게 요동치는 삶을 꿈꾸다

융: 사이더들에게 이 영상을 먼저 보여주고 시작하고 싶어요. 2014년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에 수진이 만들었던 영상. “굿수진이 꿈꾸는 세계여행은". 왜 그렇게 떠나고 싶었어요?

굿수진이 꿈꾸는 세계여행은


* 영상 속 수진의 내레이션: 나 정말 열심히 돈을 모았어. 너무 떠나고 싶었거든. 근데 그 간절한 마음에도 덮개가 쌓이는 거야. 심지어는 왜 떠나야 하지?라는 물음마저 생겼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에게 와서 박히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랑 약속한 2014년을 맞이했어. 아직도 기억나. 2014년 2월 17일. 봄바람이 불더라고! 봄이 왔어! 그날 난 결심했어. 나한테 1년을 선물해주기로. 마을 사람들이랑 친구를 맺고, 길거리 주스 가게 아저씨랑 인사를 나누고. 골목골목을 기억하는 그런 시간. 나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들을 나한테 선물해주기로 했지. 나는 늘 내가 궁금했거든. 남들 다 가는 곳에서 감탄하는 거 말고. 나는 그곳들에 녹아들고 싶어. 나를 알아가고 온 지구를 내 고향으로 만드는 거. 그게 내가 떠나려는 이유야.

수진: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했어요. 지금도 신기한 게 서로 말을 모르고 살던 시절에 언어가 생겼는데 사랑, 감사란 말이 서로에게 있잖아요. 침대, 책상… 모든 말이 그대로 있는 게 신기했어요. ‘사람이 다 다른데 똑같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같은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고 살지만 또 반면에 분명한 다름이 있잖아요. 우리는 쌀을 먹으면 누구는 난을 먹고, 토르티야를 먹고. 그런 걸 보고 싶었어요. TV에서 손으로 밥 먹거나 동물을 잡아먹거나. 제게는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 나오면 심장이 뛰어서 보질 못했어요. 너무 가보고 싶어서. 직접 경험하고 싶어서. 


융: 어릴 때부터 모험가 기질이 있었나 봐요. 수진을 보면 ‘집시의 피’가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책에서 “어른이 되면 젬베를 치고, 밤이 되면 모닥불도 피우고, 별을 보다가 누구는 노래를 부르고.” 그럴 줄 알았다고 썼던 문장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의 모습이랑도 겹쳐 보였고요. 


수진: 저는 항상 공상하는 사람이었어요. 계속 저를 다른 상황에 넣었어요.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이번 연도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어요. 근데 그거랑은 별개로 제 안에 존재하는 어떤 아이는 완전히 혼자이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도 아빠를 잃은 건 너무 슬프고 싫은데, 한편으로는 저 혼자서 어려운 세상 속에 던져지고 구르고.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어요. 


융: 신기한 생각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겁이 없었어요? 고난과 역경을 겪은 후에만 나올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수진: 제가 겁나는 상황에 놓일 일 자체가 없었어요. 여긴 안전하고. 엄마가 밥을 차려주고. 나는 학교에 가야 하고. 규율이 있고. 나는 다른 세상에 가서 부둣가에서 일이라도 하면서 크고 싶은데. 어릴 때부터 한 곳에 머무르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융: 흥미로운 게, 최근에 제 지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요새 너무 행복해서 창작이 안 된대요. 너무 안정적이어서 뭔가 안 떠오른다고 하더라고요. 


수진: 예전에 미술사 시간에 실화 바탕으로 한 영화를 봤는데요. 나이 많은 유명한 예술가가 항상 사랑을 찾아 헤매고, 항상 깊게 빠져요. 그리고 헤어지면 그때 예술이 나오더라고요. 그걸 본인이 알아서 일부러 사랑을 더 찾아다녀요.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 진심인데 본인이 스스로 그걸 이용하더라고요.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다가 그게 끝났을 때 내 세상이 무너지잖아요. 저는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좋아하지만, 어쩌면 그 이후까지도 즐기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게 저에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줬나봐요. 지금은 또 조금 달라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있어요. 예전 모습은 과거형으로 두고 걸어나가고 싶어요.


융: 수진이 책에 적었던 그 말도 기억나네요. 인생에 평균이 같다면, 크게 요동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한 거요. 안정되고 무료한 삶 말고 위아래로 치솟고 꺼지는 삶. 여행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있어요? 


수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느꼈던 건 내 인생은 내가 만든다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반응할지 그 상황에 놓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결국엔 이기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남들은 상관없고 내가 최고고. 이런 게 아니라 내가 나의 이야기를 우선시하며 잘 들어주는 거예요. 그게 됐을 때 또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생기거든요. 결국엔 끝이 나니까 최대한 이 롤러코스터를 즐기고 싶어요.

다양한 모습의 지구인 굿수진

처음으로 ‘나를 알게 해 준 경험’, 오지 탐사대

융: 세계 여행을 하기 이전에 오지 탐사대 활동을 했잖아요. 그것도 지구가 궁금해서 들어간 거예요?


수진: 여행이 하고 싶은데 돈이 없었어요. 여기저기 가고 싶은데 체력은 되고. 산에 가야 해서 다니는데 좋더라고요. 


이름이 “오지 탐사대"라서 헷갈릴 수 있는데요, 젊은 산악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브랜드와 연맹에서 젊은 산악인을 키우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세계의 고산을 젊은이들이 탐험하면 이 사람들의 지평도 넓어지고 산을 더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베이스가 된 것 같아요. 


융: 수진은 그럼 어떤 산에 가봤어요?


수진: 저는 아프리카 팀이었는데요. “달의 산"이라 불리는 르웬조리라고 세 번째로 높은 산이 있어요. 킬리만자로는 제일 높아서 유명하고, 그 타이틀을 얻고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제일 아름다운 건 르웬조리에요. 영화 아바타에 들어간 것 같았어요. 습기가 많으니까 나무 위에도 이끼가 끼고 온통 초록이었어요. 그냥 동물이 되는 거죠 우리가. 먹고, 싸고, 또 산을 올라가고. 


융: 그곳에 간 것도 ‘나를 알게 해 준 경험'이었나요?


수진: 저는 그전까지 제가 외톨이라고 생각했어요. 미스핏, 이방인이라고 생각했고요. 그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어요. 저는 몸 쓰는 게 좋고, 뛰어다닐 때 즐거운데 제 주변에는 그렇지 않은 친구가 더 많았어요.


한 번도 정상인 범주에서 고려된 적이 없었어요. 남자 애가 여자 가방 들어준다고 하는 것도 안 좋아했거든요. ‘나는 쟤보다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내가 왜 보호받아야 하지?’란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오지 탐사대에서는 남자 애들이 뭔가를 해준다고 하면 여자 애들이 진심으로 화내는 거예요. “네 거나 해.” 이런 식으로요. 저보다 심한 애들을 보고 ‘우와 너무 좋다' 했죠. (웃음) 제가 비로소 평범해지는 순간이었어요. 사람이 평범하다는 거. 그거 사실 되게 특별한 거예요.


융: 아. 스스로 평범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으니까요? 


수진: 네, 저는 한국에서 이질감이 많았거든요. 근데 하와이에서는 이질감이 없었어요. 하와이에서 저는 너무 평범했어요. 하와이 사람들도 제가 다 하와이안인줄 알았고요. 그렇게 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평범해지는 기분이 좋았어요.


오지탐사대 멤버들과 한컷 (가운데가 <아무튼, 산>을 쓴 장보영 작가, 가장 오른쪽이 굿수진)


융: 하와이에 도착한 순간 알았다고 했잖아요. 하와이가 불렀다는 걸. 뭔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설명하기 어려운데 딱 보면 뭔지 알겠는 영화도 있고. 이전 인터뷰이였던 수민은 2.8mm 렌즈 써보라고 한 이유를 찍는 순간 알았다고 하고요. 


수진: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아프리카 이후에 몽블랑에 갔어요 세계 여행을 하기 직전에. 제가 산을 좋아하는 건 알지만, 고산 등정에 관심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서 저는 3,000-4,000 미터까지만 하고 내려오는 팀에 속했어요. <아무튼, 산>을 쓴 장보영 작가가 한 팀이었는데요. 정상에 가고 싶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예요. 정상에 가려면 진짜 힘들거든요. 고산병에 머리 아프고, 숨도 못 쉬고, 가파르고, 무겁고. 계속 움직여야 하고. 근데도 가고 싶어서 우는 거예요. 저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때 장보영 작가가 ‘트레일 러닝' 포스터를 봤대요. 저도 봤겠죠, 내내 같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저는 그 여행이 제 인생을 바꾸지 않았거든요. 그 언니는 그때부터 산을 뛰기 시작했어요.


융: 똑같은 경험을 해도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게 다른가 봐요.


수진: 영혼이 다 다르게 생겼으니까요.



영혼이 울리는 경험 
굿수진의 소울 컨츄리, 하와이

융: 3년간 세계 여행이라고 하지만, 계속 하와이로 돌아갔잖아요. 처음부터 많이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어요? 하와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수진만큼 하와이를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사람은 잘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수진: 아니요. 저도 당연히 다 가려고 했어요. 주변에 다녀온 사람도 많아서 물어보면서 정보를 모았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느낌대로 돌아다니면 되니까. 다 돌고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남미도 준비했고요. 처음에는 하와이로 들어가서 LA, 멕시코를 거쳐 남미로 내려갈 생각이었죠. 


근데 진짜 좋아하는 걸 만나면 다른 게 안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엔 저도 긴가민가해서 멕시코도 가보고, 다른 예쁘다는 바다도 가봤는데 하와이만큼 좋은 게 없는 거예요. 제가 하와이에 ‘소울 컨츄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진짜 제 영혼이 울렸기 때문이에요. 그때부터 남들이 생각하는 기준이나 제가 이전에 생각해두었던 것도 다 사라지고 ‘단단한 나’만 남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걸 제가 분명하게 잘 아니까 누군가 “몇 개국 다녀오셨어요?”란 질문을 할 때 “저는 하와이에 계속 있었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소울 컨츄리: 내 영혼이 고른 내 고향이라는 의미. 굿수진이 만든 단어다. 


융: 세계 여행 3년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은 당연히 나오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하와이, 나의 소울 컨츄리>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잖아요. 저는 그 시간을 ‘필요한 시간이었다'라고 하는 게 좋았어요.


수진: 어렵긴 한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여전히 하느님이 원망스러워요. 


융: 그럼 하와이에 태어났으면 어떨 것 같아요?


수진: 글도 안 쓰고. 다른 것도 안 했을 것 같긴 해요. 만들어낼 이유가 없었을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해서 창작이 안 된다는 그분들처럼 행복한 한 마리의 동물이 돼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겠죠? 아니면 모아나처럼 궁금해서 모험하고 다시 돌아와서 살았을 것 같아요. 


융: 그래도 ‘글’이라는 걸 지금의 굿수진은 갖고 있는 거니까 좋은데요? 그것도 좋았겠지만 이것도 좋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수진: 저는 제가 태어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아직은 말하기가 부끄럽지만 이번 생은 제가 제 이야기를 하려고 태어난 것 같아요.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의 감이 맞고 그걸 따르면 되는데 오히려 제도가 막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우리가 학교에 가고 직업을 가지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가끔 제도가 왜 생겼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지금 대화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뭐냐면요. 자유, 창작, 소통. 이런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정복, 명예에서 행복을 느끼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파워가 갔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밸런스가 깨진 것 같아요.

서울시 알로하동 - 지금 할 수 있는 일 하기

융: 예전에 수진이 바다를 보면서 “이렇게 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다. 바다는 그냥 이곳에 있다"는 말을 했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서울에 있고요. 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여기서도 찾고 있어요?


수진: 바다에 살고 싶은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하와이를 가지 못하니 최근에 제주도에 다녀왔거든요.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울컥울컥 솟아올라서 저를 괴롭힐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언젠가는 하와이에 가서 살 수 있다고 믿어요.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요.


제가 “서울시 알로하동"이라고 표현하잖아요. 요즘에 제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융에게도 “네가 나의 와이키키고 하와이"라고 한 것 자체가 저에겐 큰 의미예요. 


사람으로 장벽을 만들어서 내 공간을 만들면 되는 것 같아요. 알로하동이란 것도 쌓을 수 있는 거구나 느끼고 있어요. 자연을 가져올 순 없지만, 거기서 느꼈던 행복감은 원하면 빌딩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융: 주변에 누가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죠.


"좋아하는 사람들로 서울시 알로하동을 만들고 있어요."


수진: 제가 하와이에서 행복했던 게 제가 평범해졌다는 거잖아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하자고 하는 게 비슷하고. 이런 사람들 옆에 있을 때 제가 평범해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하와이의 바다도 한강이 대신해줄 수도 있고. 바다를 보러 갈 수도 있고요. 


최근에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알로하 노래를 틀어놓고 보이차를 마시는데 찻잔 안에 바다가 보였어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융: 너무 좋네요. 하와이 훌라 춤도 배우러 간 적도 있잖아요. 여기서 하와이를 가져올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수진: 저는 하와이안들이 인디언들 같아요. 자연이랑 소통하고. 똑같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예전에 모든 것에 정령이 있다고 생각했잖아요. 도깨비가 오래된 빗자루 기도 하고. 수호신도 있고. 나무에도 정령이 있고. 옛날 사람들이 믿었던 건 비슷했던 것 같아요. 그런 문화가 없어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게 있는 것 같아요.


융: 효율이란 이름으로 자연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기도 하고. 생산성 앞에서 낭만도 많이 사라졌죠. 요새 다시 찾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다시 새로운 꿈 - 평범함의 특별함에 관하여

융: 마케팅도 하고, 세계 여행도 다녀왔고, 오지 탐사대도 했잖아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든 뭔가가 있어요?


수진: 멋이 없는 답변 같은데요. 안 하면 못 견디겠어서 했어요. 다른 옵션이 없었어요. 안 하는 게 더 힘들었어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밖으로 나가보고, 제가 원하는 걸 찾으러 다녔던 것 같아요. 언젠가 다시 나갈 생각은 있어요.


저는 제가 물 같아요. 똑같은 곳에 정체되어 있기보다 흘러 다니고 싶어요. 지구에 태어났으니까요.


융: 맞아요. 어쨌든 우리는 다 지구인이죠. 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나요.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보라는 존 레논의 Imagine. 그냥 모두가 ‘지구인’인 걸 기억하는 그런 세상이 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이 노래도 결국 ‘꿈'이네요. 누군가 보기에는 바보 같고 터무니없는 꿈을 계속 상상하고 공유하는 게 결국 조금씩 변화를 만드는 거 아닐까 싶어요.


수진: 밸런스를 다시 맞출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제가 이야기를 어떤 형식을 메인으로 풀고 싶냐고 물었을 때 융은 ‘글'이라고 대답했거든요. ‘혜윤이는 이걸 느껴서 그때 그렇게 당당하게 대답했구나' 요새 직접 겪고 있어요. 책은 작가가 시간을 들여서 쓰잖아요. 기승전결도 선택할 수 있고, 강조하고 싶으면 한문단 세문단 풀어쓸 수 있고. 근데 읽는 사람도 자기 속도대로 읽을 수 있잖아요. 영화관에 가면 영화가 처음에 시작해서 다 같이 끝나지만, 책은 다 같이 시작해도 절대 다 같이 끝날 수 없거든요. 자기 속도대로 읽으니까. 그래서 더 좋아요. 


그리고. 가족들이 저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같은 배에서 나고 자랐는데 오빠는 한국 사회가 편하고, 좋고, 잘 적응하고 사는 사람이라 저를 잘 이해를 못했어요. 근데 오빠가 제 책을 읽고 ‘수진이가 이래서 그랬구나' 하더라고요. 글을 통해 저의 이야기를 전하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이 미치게 좋아요.


융: 사이드에는 여러 가지 꿈을 꾸는 다능인들이 모여있잖아요. 혹시 <모든 것이 되는 법> 읽어봤어요? 어땠어요?


수진: 충격적이었어요. 다능인이란 말이 이제 겨우 그렇다고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당연한 말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전히 가족들에게 가서 말하면 "무슨 말이야" 하거든요. 세상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래서 방황했던 사람이 너 말고도 있어. 이렇게 말해주는 책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읽고 평범해졌어요. 앗. 갑자기 엄청난 게 떠올랐어요. 


융: 뭔데요?


수진: 엄마가 점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요. 점쟁이가 제가 평범하게 살 거라고 했거든요. 저는 그 말이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아니라고 부인하고. 저는 재밌고 특별하게 살 거라고 선언하고 그랬어요.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살 거라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 인터뷰하는 내내 ‘평범'을 좋은 의미로 얘기했잖아요. 계속. 제가 평범하게 산다는 말은 결국 제가 행복하게 산다는 거네요. 제가 평범하다고 느껴지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산다는 거니까요. 와. 갑자기 싫어하던 게 좋은 것으로 한 순간 뒤바뀌었어요. 


제가 평범하다고 느꼈던 첫 터닝 포인트인 오지 탐사대. 그다음이 하와이. 그리고 요즘은 이런 얘기를 하면서 평범해지는 기분이 너무 좋아요. 



융: 그 점 이야기는 저에게도 한 적이 있는데. 이게 뒤집어지는 순간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이제 인터뷰 막바지예요. 꿈이란 단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해요?


수진: 제가 SNS 프로필에 적은 한 줄이 있어요. Tell me your dreams it matters to me. 저는 꿈이 다인 것 같아요. 


융: 꿈이 없어도 된다 그런 말도 많잖아요.


수진: 그 맥락도 맞아요. 없어도 돼요. 그래도 꿈이 있다는 건 좋은 거예요.


융: 수진은 하와이 가서 살고 싶은 게 꿈이에요?


수진: 아뇨. 그건 꿈이라기엔 내가 내가 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인 것 같아요. 지금 인터뷰하면서 꿈이 문장으로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평범하게 살면서 저의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융: 평범하다는 게 사실은 특별하다는 말이 어디선가 나올 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수진이 말하니까 와 닿아요. 사이드에는 수진을 평범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많이 모여있을 것 같아요. 사이더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수진: 저는 그래도 글을 조금씩 쓰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런데 책처럼 완성된 형태로 끝까지 가보는 건 좀 다른 것 같아요. 저의 이야기가 독립출판으로 나와보니까 글의 힘은 어마어마하구나 느끼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도 느껴보면 좋겠어요. 꼭 글이 아니어도 좋아요. 그림을 그려도 자기 혼자만이라도 엽서를 뽑아보고. 프린트를 하나라도 만들어본다던지 그럼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랑 친구가 되어주세요! 오늘 저의 이야기를 읽고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을 걸어주세요. 인터뷰는 일방향이잖아요. 저랑 쌍방향 해주면 좋겠어요.

Drawing for SIDERS


대화에 꿈이라는 주제를 끌어들이자 자연, 사랑,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성공, 생산성, 현실과는 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냥 내가 너무 좋아서 어떤 곳으로 가고 싶고, 하고 싶은 마음에는 우리가 쉽게 놓칠 수 있는 중요하고 소중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오히려 이 마음이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한 걸음씩 안내하고 데려간다.


하와이로 당장 갈 수는 없지만 수진은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소울 컨츄리'라는 말을 만들어 하와이를 소개하고, 내면에 바다를 불러올 수 있는 활동을 계속한다. 어느 분야에서 최고점을 찍고 최정상에 오른 누군가가 하는 말도 좋지만, 나랑 비슷한 것 같은데 딱 반보에서 한 발 앞서있는 사람에게서 더 큰 자극을 받을 때도 많다. 아마도 나와 터무니없는 꿈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 '이런 세상이 되면 좋겠다.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함께 상상하고 서로의 생각에 물들며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친구이자 누구보다 솔직하고 투명한 사람. 여러 모험 끝에 이제 막 독립출판을 내본 수진의 이야기를 사이더들과도 나누고 싶었다.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맑은 영혼을 소중히 다루고, 꿈을 꾸며 자연과 작은 것들에 쉽게 감탄하는 김해에서 태어난 하와이안. 수진의 안에 끝없이 치는 파도가 그를 또 어디로 데려갈지 곁에서 계속 지켜보고 싶다.



굿수진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 그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반갑게 맞이해줄 거예요.

브런치:
https://brunch.co.kr/@goodsoozin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oodsoozin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goodsoozin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


SIDE에선 의심 대신 응원을,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하기 전에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여러분의 스펙트럼이 펼쳐지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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