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힌 : 상현님은 줄곧 한옥을 운영해오고 계신데 스타트업에서 인연이 된 게스트하우스 사업이 계기 였던 거에요, 원래 관심 분야가 한국적인 문화 컨텐츠 였던 거에요?
상현 : 관심분야가 한국적인 문화 콘텐츠는 아니었어요. 제 마음을 끌었던 점은 한국에 이런 주거 방식이 있다는 걸 접하고 난 이후예요. 우리는 대체로 빌라, 원룸, 아파트 경험밖에 못 해보잖아요. 그런데 한옥은 완전히 다른 거예요.
제가 본 한옥에 살던 가족이 엄마, 아빠, 아기 둘 이렇게 네 가족이었는데요. 벽에 낙서도 돼 있고 마당에 골프채도 있고 장독대도 있고 마냥 깔끔한 곳은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아예 달랐어요. 좋은 의미에서 문화 충격을 받았어요. 그 때가 계기가 되어서 지금은 한옥에서의 삶을 저도 살고 있고, 사람들에게도 알리는 일을 하게 되었네요.
융 : 한국적인 걸 떠나서 그 정감있는 삶의 형태가 매력을 끌었던 거구나, 실제로 한옥에서 사니까 제일 좋은 게 뭐예요?
상현 : 첫 번째로는 친구 부르기도 좋고 모르는 사람들 초대하기 좋잖아요. 금방 어울릴 수 있어요. 원룸에서 살면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지나가는 날도 있잖아요. 한옥은 프라이버시는 적지만 사람들과 만나기 좋아요.
융 : 의외의 답변이에요. 요즘 세상에 프라이버시가 없다는 게 되게 단점일 수도 있잖아요.
상현 : 당시 제가 젊기도 했고 그런 교류에 목말라 있었나봐요. 옆집 할머니집에도 놀러가서 밥을 얻어 먹기도 하고요. 이웃 간에 인사 하고 여름에 돗자리 같은 거 펴놓고 같이 앉아 있기도 해요. 이건 한옥의 장점일 수도 있고 동네의 장점일 수도 있겠네요.
두 번째로는 조형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거예요. 기와의 모양, 패턴, 서까래의 모양 등 심미적으로 훌륭하죠. 한옥은 화려하면서 조화롭기 때문에 취향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집 같아요. 전시, 공연을 열어도 위화감이 없는 포용력도 큰 장점이고요.
꼽힌 : 아름다움, 사람들과의 교류, 포용력있는 곳 모두 직접 와보니 정말 공감돼요. 최근 디귿집은 명상 스테이로도 주목 받고 있는데, 상현님 말씀과는 반대로 마인드 풀니스나 웰니스는 어찌보면 개인적인 영역이잖아요. 교류에서 웰니스로 넘어간 건 코로나의 영향일까요?
상현 : 그쵸. 디귿집의 슬로건은 ‘사람들이 마주 앉아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 이에요.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곳으로 운영을 했었는데 코로나 후 변화가 필요해졌어요. 5월쯤 날씨가 너무 좋은데 공간이 비어 있으니까 너무 아깝더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제품들도 가져다 두고, 차 한 잔씩 내어주는 오픈하우스를 진행했어요.
그 때 공간에 평화롭게 앉아 차를 마시는 것도 명상의 한 종류이고, 도자기나 분재 등 전통이 가진 오브제들이 멍을 때리거나 가만히 있는 것 등이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요. 그 이후 명상 스테이라는 컨셉을 정했죠. 그 이후 명상 도구들을 두고 명상 프로그램도 기획했어요.
융 : 환경의 변화에 따라 좀 더 안전하고, 프라이빗하게 운영 방향을 정한 거네요. 여기서 또 놀라운 점은 한옥이 '교류'와도 '웰니스'와도 정말 잘 어울린다는 거예요. 인터뷰 내내 한옥의 매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상현 : 맞아요. 코로나 시대가 되며 명상과 내면으로 좀 더 집중하게 됐어요. 제 아내가 사운드 테라피를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시끌벅쩍한 게 더 좋긴해요.
융 : 디귿집 곳곳에 있는 도자기, 분재, 향수, 한지 인센스 등 둘러싼 것들 모두 한국적인 요소잖아요. 이렇게 한국적인 오브제를 수집하고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상현 : 한옥이 디자인적인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는 걸 직접 살면서 매일 느껴요. 살다보니 점점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게 된 거죠.
융 : 처음부터 애국심 같은 차원에서 접근한 게 아니라, 살다보니 뭐야? 완전 멋있잖아 이렇게 된 거네요. 완전 흥미롭다.
상현 : 저 이 부분 말하고 싶은 거 진짜 많아요. 제가 디자이너니까 그래픽 디자인, 타이포그라피 이런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한옥이 생각보다 정말 화려한 거예요. 패턴, 모양이 다 달라요.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심미성이 있어요. 창살, 문살, 지붕 모양도 구조를 보면 비례적으로 굉장히 훌륭하고요. 작은 문도 있고, 큰 문도 있고, 창문도 사이즈가 다 제각각이고요. 희한한 패턴 들어가 있는 유리도 있잖아요. 그런데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미도 이있어요. 자연과도 조화를 이뤄요. 한옥에서 보여줄 수 있는 미학적인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기둥도 끼워넣는 방식으로 다 맞물려 있고요. 골조만 놓고 봐도 디자인적인 완성도가 너무 아름다워요.
꼽힌 : 스토리가 너무 좋은데요?
융 : 한옥에 대한 자부심이 생깁니다. 이렇게 우수한데 왜 잘 몰랐을까요? 그 연결지점을 만들어주실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돼요. 한옥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낀 걸 시작으로 한국적인 것이 디귿집에서 하는 여러 가지 활동들이랑 결합시키게 된거네요. 디귿집의 엄청난 강점 같아요. 스토리도 좋은데 이게 미학적으로도 너무 좋으니까.
상현 : 저는 한옥에 일본식으로 뭔가를 하는 거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감동을 받은 아름다움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왕이면 최대한 한국적인 느낌들을 많이 살리고 싶어요.
꼽힌 : 요즘에는 어떤 고민을 하고 계세요? 코로나가 오면서 사람이 안 오는 걸 오픈 하우스로도 한 번 틀어보셨고, 명상 스테이로 방향을 잡았고, 최근에는 향도 만드셨잖아요.
상현 : 운영적인 고민이라기 보다는 기록과 공유에 관한 고민이 많아요. 이번에 융님 만나면서도 느꼈는데요. 그래도 이정도면 디귿집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내가 가진 것들이 표현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책이든, 무엇이든. 디귿집의 시간들을 기록하고 남기고 싶어요. 모든 건 다 없어지기 마련이잖아요. 내가 힘들어서 그만둘 수도 있고요. 어떤 상황이 생겨서 없어질 수도 있는 건데 제가 기록을 남겨두면 그 안에 노하우와 스토리는 있는 거잖아요. 그럼 제가 좀 덜 상처받을 것 같아요.
사이드 프로젝트 하다가 꺾어지는 분들 많을 거예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노하우와 자신만의 이야기가 분명 조금이라도 쌓였을 거거든요. 그런데 그냥 끝나버리면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현재의 SIDE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다가 꺾이더라도 내가 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사람들이랑 공유하고, 내 이야기를 해보게 되잖아요? 그럼 그 자체만으로도 헛된 일을 한 게 아니에요. 없어져도 이게 있었다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잖아요. 그 공유의 과정에서 또 다른 걸 해볼 힘이 생기거든요.
또 하나는 디귿집을 통해서 한옥이 주는 여백의 미가 조금 더 대중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디귿집의 물건이나 공간을 통해 여백 있는 삶에 관한 메시지를 조금 더 전달하고 싶어요.
융 : 저는 오늘 느낀 건데요. 한옥에는 이 마당 위 만큼의 하늘이 포함되어 있어서 좋아요. 하늘이 포함되어 있는 집은 한옥밖에 없지 않아요? 이만큼의 하늘이 내 거라니.
꼽힌 : 그러네요. 너무 좋다. 상현님 마지막으로 사이더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상현 : 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아이디어는 중요하지 않아요. 실행이 훨씬 중요해요. 표현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게 훨씬 나아요. 같은 생각을 해도 표현 방식은 무궁무진하거든요. 사이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융님은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 잘할 수 있는 방식, 편하게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찾아 푸는 거잖아요. 그 표현 방식이 핵심이에요.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실행하고 노출 시키면 거기서 더 발전해요. 제가 향수를 만들고 또 느낀 점이에요. 세상에 향은 많잖아요. 그런에 한옥 향수는 디귿집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이었던 거예요. 그 방식을 찾아보세요. 조그맣게라도 목소리를 내야지 어떤 사람들이 듣고 '이거 나도 좋아하는 거야!'라고 찾아와요.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표현해보세요.
사이드 프로젝트가 사람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어요. 아이디어를 절대 가두지 말아요. 표현하면서 같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공유하고 발전시켜보세요. 앞으로 사이더들의 일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