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현의 동분서주
하는 만큼 기회가 된다고? 그래서 오늘도 움직인다
콘텐츠 만드는 프리랜스 에디터에게 일과 휴식의 경계 같은 건 있으나 마나 하니까…
소속 없이도 업을 이어가기 위해 뭐라도 시도하고, 만들고, 보여주는
어느 에디터의 동분서주 업무 회고 시리즈
_____
혼자 일하는 자의 기쁨은 셀 수가 없다. 혼자 일하는 자의 슬픔도 셀 수가 없다. 북 치고, 장구 치고, 기획하고, 제작하고, 소통하는 걸로 모자라 영업까지 도맡는 건 혼자 일하는 자의 기쁨인 동시에 슬픔이다. 김정현이라는 용역 노동자이자 1인 회사의 존재를 시장 곳곳에 알리고 다녀야 하는 현실. 여기에 자기 PR이니 퍼스널 브랜딩이니 하는 거창하고 공허한 개념은 붙이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움직였다. 프리랜서로 생존하기 위해서. 그 눈물겨운 과정이 두 번째 업무 회고에 담겼다. 경력도 인맥도 부족한 프리랜서는 어쩌다 디지털 영업맨으로 거듭났는가.
[Why] 잊히지 않기 위해, 눈에 띄기 위해
프리랜서는 언제나 일을 기다린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때 되면 알아서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과 다르다. 시장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가와도 다르다. 밥 주고 쓰다듬어 주고 산책 데려가는 주인만 바라보는 강아지처럼, 일감을 던져줄 고객님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게 프리랜서란 사람들이다.
그러나 기다리기만 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강아지와 나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강아지는 가만히 있어도 귀여운 존재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 불쌍한 존재다. 큰맘 먹고 독립했으니 돈도 되고 커리어에도 도움 되는 근사한 일이 밀려들 거라 기대하는가? 막연한 희망은 지난날의 선택을 의심하게 만드는 걸림돌일 뿐.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이자 제작자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만든 걸 알려야 하는 영업사원이기도 하다. 회사에는 영업팀이 있고 홍보팀이 있다. 프리랜서로 사는 나에게는 나밖에 없다. 기회를 잡으려면 직접 움직여야 하고, 그 움직임에 따라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아주 천천히 커진다.

전 충주맨, 현 김선태라면 사정은 다를 것이다. 유튜브 채널 개설 하루 만에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사람이 뭘 기다리겠는가. 제발 우리와 함께하자는 기업이 줄을 서는 상황에서 그의 몫은 구애와 제안이 아닌 선별과 결정이다. 댓글창도 메일함도 잠잠하기만 한 나는? 오늘도 발바닥에 아니 손바닥에 땀 나게 움직인다. 저 이런 거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것도 할 줄 압니다, 디지털 전단지를 돌려 가면서. 티 내지 않으면 모른다. 모르면 잊는다. 잊히지 않기 위해(그래서 굶지 않기 위해) 나는 어떻게든 눈에 띄기로 했다.
기업의 일이란 언제나 차고 넘쳐서 외부 인원을 필요로 한다. 바깥의 누구에게 외주를 맡길 것인가.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적임자를 찾아 헤맬 직원들의 레이더에 걸려야 하는 것이 모든 프리랜서의 지상 과제다. 3년 전 내게 에세이 출간을 제안한 편집자 L은 말했다. “저자를 찾으려고 여길 뒤지고 저길 뒤질 때마다 정현 씨가 자꾸 걸렸어요. 아, 신경 쓰여. 이 사람 누구지?” 신경 쓰인다는 건 자꾸만 기억난다는 뜻. 이때의 경험은 내가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What] 인스타 영업맨으로 다시 태어났다
영업의 주 무대는 인스타그램이었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일종의 포트폴리오로 활용했다. 왜 인스타그램이었나. 내 소식을 구독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소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팔로워 중 적잖은 비중이 나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다. ‘함께 팔로우하는 사람’ 목록을 조금만 뒤져봐도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창작을 하거나 마케팅/홍보 부서에 몸담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내게 인스타그램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2시간 이상 이용하는 플랫폼이 아닌가. 이보다 익숙하고 효율적이며 구경하는 재미까지 넘치는 영업의 장은 없었다.

나는 내가 제작 과정에 참여한 콘텐츠가 세상에 나올 때마다 그 소식을 공유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매달 발행되는 정기성 콘텐츠도, 어쩌다 운 좋게 맡게 된 일회성 콘텐츠도 꾸준히 업데이트했다. 당장 해야 할 일들에 치여 정신이 없거나 여러 결과물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될 때면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정신 차려 보니 해가 바뀌어버린 적도 있었으나, 그냥 넘어가기 아쉬운 프로젝트는 시간 차에 상관없이 기어이 업로드를 감행했다. 뒷북이라 해도 기록은 남는 거니까. 그 기록을 누가 언제 어디서 볼지 모르는 거니까.


2024년에는 서울시 공식 관광 정보 웹사이트 ‘Visit Seoul’의 파트너 에디터로 일하며 총 11건의 아티클을 연재했다. 매달 공개된 아티클 소식은 어느 하나 예외 없이 내 피드에도 올라와 있다. 올리지 않을 이유가 있나? 도시/로컬/여행 같은 키워드를 품고 커리어를 강화하고 싶었던 내게 서울시 공식 관광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두 번 세 번 어필해도 모자란 내용인 것을. ‘투어리스트와 로컬 사이’라는 제목의 기획이 무얼 다루고자 하는지, 이번 달에는 또 어떤 세부 주제를 잡아 항목을 구성했는지, 수많은 서울의 공공 명소와 상업 공간 중에서도 어느 장소를 선정했는지 등을 상세히 정리했다. 김정현이라는 프리랜스 에디터가 어떤 클라이언트와 함께 어떤 내용의 콘텐츠 작업을 수행했는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구글링 중에 우연히 이 게시물을 발견할 이름 모를 마케팅 담당자들을 자주 상상했다.
모더레이터나 강사 역할을 맡아 진행한 오프라인 프로그램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포트폴리오였다. 내게는 기획-취재-원고 작성을 넘어 나의 ‘말’을 통해 콘텐츠를 채울 수 있는 스피커로서 자리를 잡고 싶은 욕심이 있다. 브랜드 토크 세션이든 유튜브 채널이든 라이브커머스든 도서관 강연이든 ‘나와서 입 좀 털어달라’는 제안에 버선발로 달려 나간 이유다. 하지만 이런 스피커 역할에 대한 요청은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 제작 대행 건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수준. 나는 아직 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한 스피커 호소인에 불과하다. 이쪽 분야 영업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빼먹은 소식이 있을까 메모장에 ‘포스팅해야 할 결과물 리스트’까지 만들어 놓은 모습이 유난스럽게 느껴지는가? 포스팅 완료 후에는 반드시 스토리로 한 번 더 공유하고,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풀버전을 감상할 수 있는 링크까지 달아야 직성이 풀리는 모습은 어떤가. 이제는 콘텐츠 결과물뿐만 아니라 평소의 관심사나 일상 이야기마저 일거리와 연결해 어필하려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정말이지… 부정하지 않겠다. 인스타 중독맨은 인스타 영업 중독맨으로 진화했다.
[So] 일을 알리는 일이 또 다른 일을 물어다 줬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보고 있다. 본격적인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이 되뇐 말이다. 인스타 영업맨으로 폭주하기 시작한 뒤로는 피부로 와닿은 말이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내 포스팅을 본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팔로우를 하고, 또 어디선가 누군가는 프로필 링크에 걸어둔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탐색까지 마친다. 원래 나를 알던 이들은 말했다. “정현 씨 이런 일도 하셨네요?” 알고리즘의 간택으로 나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말했다. “이런 일을 하는 분이 계셨네요?”
작년 하반기에는 모 패션 브랜드의 담당자가 인터뷰 콘텐츠 제작을 제안했다. 이전에 숏폼 광고 건을 함께하며 인연이 닿은 곳이었다. 그가 레퍼런스라며 제시한 건 다름 아닌 내가 만든 공예 편집숍 인터뷰 콘텐츠였다. 인스타에 올린 거 몇 개 봤다고. 그거처럼 인터뷰에 사진 촬영까지 정현 씨가 다 맡아서 해달라고. 기쁜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는데 그사이 다른 브랜드에서도 연락이 오는 게 아닌가. 그곳 역시 내게 의뢰하게 된 배경으로 동일한 콘텐츠를 언급했다.

일이 일을 물어다 준다. 그리고 ‘일을 알리는 일’이 또 다른 일을 데려온다. 해외여행을 다녀와 쓴 후기 포스팅이 디자인 매거진의 에세이 기고로 발전하고, 친구의 유튜브에 출연한 사실을 공유한 게시물이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호스트 기회로 이어진 것처럼. 나는 내가 어떤 식으로든 참여한 결과물이 조금의 관심도 얻지 못한 채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동시에 누군가 그걸 보고 나를 외주 용역으로 추천할 수도 있었을 기회를 놓치는 건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관심받고 싶다는 욕망과 일을 얻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만나 맺어진 제법 견고한 동맹. 이 동맹이 프리랜서로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로 ‘직접 올리기 부끄럽다’는 말은 그저 배부른 소리로 들린다.
나를 전시하기 위해 결과물을 공유하는 게 부끄럽다면 프로젝트를 함께한 이들을 위해 공유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고객사의 실무 담당자는 ‘홍보 좀 해달라’며 메시지 보내고 싶은 걸 겨우 참았을지도 모른다. 브랜드는 자사 소식을 노출해서 좋고, 실무자는 파트너로서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어 좋고, 나는 작업자로서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줘서 좋은 상황. 일이 끝난 한참 뒤에도 브랜드와 실무자 측에 한 번 더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으니, 이 일석사조 효과를 포기할 이유를 나는 찾지 못하겠다.
_____
시간이 지나면 인스타그램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또 어디에서 어떻게 눈물겨운 영업쇼를 펼치고 있을까? 소셜 미디어의 미래는커녕 당장 다음 달 일거리도 예측할 수 없는 프리랜서 김정현 씨. 오늘도 혹시 모를 해킹에 대비해 2단계 보안 인증만 점검할 뿐이다.
Writer. 김정현 (@kimjeonghyeon_)
프리랜스 에디터. 다양한 매체/브랜드와 일하며 주로 도시의 흥미로운 장소와 사람과 콘텐츠를 소개한다. 에세이 『나다운 게 뭔데』를 썼다. 취재와 원고 작성부터 사진 촬영, 토크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라이브커머스 패널까지 분야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 ‘시티털보’라는 이름으로 개인 숏폼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 김정현의 동분서주
하는 만큼 기회가 된다고? 그래서 오늘도 움직인다
콘텐츠 만드는 프리랜스 에디터에게 일과 휴식의 경계 같은 건 있으나 마나 하니까…
소속 없이도 업을 이어가기 위해 뭐라도 시도하고, 만들고, 보여주는
어느 에디터의 동분서주 업무 회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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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일하는 자의 기쁨은 셀 수가 없다. 혼자 일하는 자의 슬픔도 셀 수가 없다. 북 치고, 장구 치고, 기획하고, 제작하고, 소통하는 걸로 모자라 영업까지 도맡는 건 혼자 일하는 자의 기쁨인 동시에 슬픔이다. 김정현이라는 용역 노동자이자 1인 회사의 존재를 시장 곳곳에 알리고 다녀야 하는 현실. 여기에 자기 PR이니 퍼스널 브랜딩이니 하는 거창하고 공허한 개념은 붙이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움직였다. 프리랜서로 생존하기 위해서. 그 눈물겨운 과정이 두 번째 업무 회고에 담겼다. 경력도 인맥도 부족한 프리랜서는 어쩌다 디지털 영업맨으로 거듭났는가.
[Why] 잊히지 않기 위해, 눈에 띄기 위해
프리랜서는 언제나 일을 기다린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때 되면 알아서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과 다르다. 시장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가와도 다르다. 밥 주고 쓰다듬어 주고 산책 데려가는 주인만 바라보는 강아지처럼, 일감을 던져줄 고객님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게 프리랜서란 사람들이다.
그러나 기다리기만 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강아지와 나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강아지는 가만히 있어도 귀여운 존재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 불쌍한 존재다. 큰맘 먹고 독립했으니 돈도 되고 커리어에도 도움 되는 근사한 일이 밀려들 거라 기대하는가? 막연한 희망은 지난날의 선택을 의심하게 만드는 걸림돌일 뿐.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이자 제작자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만든 걸 알려야 하는 영업사원이기도 하다. 회사에는 영업팀이 있고 홍보팀이 있다. 프리랜서로 사는 나에게는 나밖에 없다. 기회를 잡으려면 직접 움직여야 하고, 그 움직임에 따라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아주 천천히 커진다.
전 충주맨, 현 김선태라면 사정은 다를 것이다. 유튜브 채널 개설 하루 만에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사람이 뭘 기다리겠는가. 제발 우리와 함께하자는 기업이 줄을 서는 상황에서 그의 몫은 구애와 제안이 아닌 선별과 결정이다. 댓글창도 메일함도 잠잠하기만 한 나는? 오늘도 발바닥에 아니 손바닥에 땀 나게 움직인다. 저 이런 거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것도 할 줄 압니다, 디지털 전단지를 돌려 가면서. 티 내지 않으면 모른다. 모르면 잊는다. 잊히지 않기 위해(그래서 굶지 않기 위해) 나는 어떻게든 눈에 띄기로 했다.
기업의 일이란 언제나 차고 넘쳐서 외부 인원을 필요로 한다. 바깥의 누구에게 외주를 맡길 것인가.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적임자를 찾아 헤맬 직원들의 레이더에 걸려야 하는 것이 모든 프리랜서의 지상 과제다. 3년 전 내게 에세이 출간을 제안한 편집자 L은 말했다. “저자를 찾으려고 여길 뒤지고 저길 뒤질 때마다 정현 씨가 자꾸 걸렸어요. 아, 신경 쓰여. 이 사람 누구지?” 신경 쓰인다는 건 자꾸만 기억난다는 뜻. 이때의 경험은 내가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What] 인스타 영업맨으로 다시 태어났다
영업의 주 무대는 인스타그램이었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일종의 포트폴리오로 활용했다. 왜 인스타그램이었나. 내 소식을 구독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소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팔로워 중 적잖은 비중이 나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다. ‘함께 팔로우하는 사람’ 목록을 조금만 뒤져봐도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창작을 하거나 마케팅/홍보 부서에 몸담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내게 인스타그램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2시간 이상 이용하는 플랫폼이 아닌가. 이보다 익숙하고 효율적이며 구경하는 재미까지 넘치는 영업의 장은 없었다.
나는 내가 제작 과정에 참여한 콘텐츠가 세상에 나올 때마다 그 소식을 공유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매달 발행되는 정기성 콘텐츠도, 어쩌다 운 좋게 맡게 된 일회성 콘텐츠도 꾸준히 업데이트했다. 당장 해야 할 일들에 치여 정신이 없거나 여러 결과물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될 때면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정신 차려 보니 해가 바뀌어버린 적도 있었으나, 그냥 넘어가기 아쉬운 프로젝트는 시간 차에 상관없이 기어이 업로드를 감행했다. 뒷북이라 해도 기록은 남는 거니까. 그 기록을 누가 언제 어디서 볼지 모르는 거니까.
2024년에는 서울시 공식 관광 정보 웹사이트 ‘Visit Seoul’의 파트너 에디터로 일하며 총 11건의 아티클을 연재했다. 매달 공개된 아티클 소식은 어느 하나 예외 없이 내 피드에도 올라와 있다. 올리지 않을 이유가 있나? 도시/로컬/여행 같은 키워드를 품고 커리어를 강화하고 싶었던 내게 서울시 공식 관광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두 번 세 번 어필해도 모자란 내용인 것을. ‘투어리스트와 로컬 사이’라는 제목의 기획이 무얼 다루고자 하는지, 이번 달에는 또 어떤 세부 주제를 잡아 항목을 구성했는지, 수많은 서울의 공공 명소와 상업 공간 중에서도 어느 장소를 선정했는지 등을 상세히 정리했다. 김정현이라는 프리랜스 에디터가 어떤 클라이언트와 함께 어떤 내용의 콘텐츠 작업을 수행했는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구글링 중에 우연히 이 게시물을 발견할 이름 모를 마케팅 담당자들을 자주 상상했다.
모더레이터나 강사 역할을 맡아 진행한 오프라인 프로그램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포트폴리오였다. 내게는 기획-취재-원고 작성을 넘어 나의 ‘말’을 통해 콘텐츠를 채울 수 있는 스피커로서 자리를 잡고 싶은 욕심이 있다. 브랜드 토크 세션이든 유튜브 채널이든 라이브커머스든 도서관 강연이든 ‘나와서 입 좀 털어달라’는 제안에 버선발로 달려 나간 이유다. 하지만 이런 스피커 역할에 대한 요청은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 제작 대행 건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수준. 나는 아직 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한 스피커 호소인에 불과하다. 이쪽 분야 영업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빼먹은 소식이 있을까 메모장에 ‘포스팅해야 할 결과물 리스트’까지 만들어 놓은 모습이 유난스럽게 느껴지는가? 포스팅 완료 후에는 반드시 스토리로 한 번 더 공유하고,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풀버전을 감상할 수 있는 링크까지 달아야 직성이 풀리는 모습은 어떤가. 이제는 콘텐츠 결과물뿐만 아니라 평소의 관심사나 일상 이야기마저 일거리와 연결해 어필하려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정말이지… 부정하지 않겠다. 인스타 중독맨은 인스타 영업 중독맨으로 진화했다.
[So] 일을 알리는 일이 또 다른 일을 물어다 줬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보고 있다. 본격적인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이 되뇐 말이다. 인스타 영업맨으로 폭주하기 시작한 뒤로는 피부로 와닿은 말이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내 포스팅을 본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팔로우를 하고, 또 어디선가 누군가는 프로필 링크에 걸어둔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탐색까지 마친다. 원래 나를 알던 이들은 말했다. “정현 씨 이런 일도 하셨네요?” 알고리즘의 간택으로 나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말했다. “이런 일을 하는 분이 계셨네요?”
작년 하반기에는 모 패션 브랜드의 담당자가 인터뷰 콘텐츠 제작을 제안했다. 이전에 숏폼 광고 건을 함께하며 인연이 닿은 곳이었다. 그가 레퍼런스라며 제시한 건 다름 아닌 내가 만든 공예 편집숍 인터뷰 콘텐츠였다. 인스타에 올린 거 몇 개 봤다고. 그거처럼 인터뷰에 사진 촬영까지 정현 씨가 다 맡아서 해달라고. 기쁜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는데 그사이 다른 브랜드에서도 연락이 오는 게 아닌가. 그곳 역시 내게 의뢰하게 된 배경으로 동일한 콘텐츠를 언급했다.
일이 일을 물어다 준다. 그리고 ‘일을 알리는 일’이 또 다른 일을 데려온다. 해외여행을 다녀와 쓴 후기 포스팅이 디자인 매거진의 에세이 기고로 발전하고, 친구의 유튜브에 출연한 사실을 공유한 게시물이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호스트 기회로 이어진 것처럼. 나는 내가 어떤 식으로든 참여한 결과물이 조금의 관심도 얻지 못한 채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동시에 누군가 그걸 보고 나를 외주 용역으로 추천할 수도 있었을 기회를 놓치는 건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관심받고 싶다는 욕망과 일을 얻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만나 맺어진 제법 견고한 동맹. 이 동맹이 프리랜서로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로 ‘직접 올리기 부끄럽다’는 말은 그저 배부른 소리로 들린다.
나를 전시하기 위해 결과물을 공유하는 게 부끄럽다면 프로젝트를 함께한 이들을 위해 공유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고객사의 실무 담당자는 ‘홍보 좀 해달라’며 메시지 보내고 싶은 걸 겨우 참았을지도 모른다. 브랜드는 자사 소식을 노출해서 좋고, 실무자는 파트너로서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어 좋고, 나는 작업자로서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줘서 좋은 상황. 일이 끝난 한참 뒤에도 브랜드와 실무자 측에 한 번 더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으니, 이 일석사조 효과를 포기할 이유를 나는 찾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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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인스타그램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또 어디에서 어떻게 눈물겨운 영업쇼를 펼치고 있을까? 소셜 미디어의 미래는커녕 당장 다음 달 일거리도 예측할 수 없는 프리랜서 김정현 씨. 오늘도 혹시 모를 해킹에 대비해 2단계 보안 인증만 점검할 뿐이다.
Writer. 김정현 (@kimjeonghyeon_)
프리랜스 에디터. 다양한 매체/브랜드와 일하며 주로 도시의 흥미로운 장소와 사람과 콘텐츠를 소개한다. 에세이 『나다운 게 뭔데』를 썼다. 취재와 원고 작성부터 사진 촬영, 토크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라이브커머스 패널까지 분야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 ‘시티털보’라는 이름으로 개인 숏폼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