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오프라인 파티문화로 사업화 해낸 방법

린치핀 클라쓰
2021-12-18
조회수 1262


유료 멤버쉽 독서 커뮤니티인 트레바리는 강남 빌딩 한 채를 전용공간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유료 자기계발 커뮤니티의 수요는 날이 갈수록 급증하여 이미 트레바리와 같이 큰 규모의 사업체로도 발전이 가능해졌습니다.


코로나 이전, 린치핀에서 운영하던 오프라인 독서모임은 따로 수익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수익화도 좋지만 적어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확장시키는 커뮤니티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제공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저희도 그 당시 아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모임을 운영하며 받는 인사이트가 많았기 때문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추가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화를 하려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생각한 것은 파티를 열고, 이 파티에 쓰이는 물품을 협찬받아 하나의 큰 오프라인 PPL 시장을 만드는 광고사업이었습니다.



파티??

독서모임 하다 갑자기 무슨 파티??



아마 대부분은 파티하면 클럽을 빌려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는 장면을 연상할 것입니다. 

실제 파티라는 용어를 구글에 찾아보면 '친목을 도모하거나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잔치나 모임'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저희는 '죄책감 없는 파티'를 열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는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에서 아이디어를 딴 것인데, 

이들은 쾌락주의로서 단순한 육체적, 물질적 쾌락보다는 정신적 쾌락이 훨씬 더 상위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테면, 포르쉐를 구입하면 3년간은 꿈만 같고 기쁘겠지만, 

그 기쁨은 이내 람보르기니를 타고 싶다는 욕구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나 정신적 쾌락은 지성을 높이고 유한한 자원에 대해 인식하게 하기 때문에 마음에 평화와 안정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정신적 쾌락을 추구하는 파티를 열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만나서 진지한 얘기만 나누면, 수요가 반절로 줄기 때문에 

저희는 1.맛있고, 2.재밌고, 3.유익한 파티로 세 가지 컨셉을 정했습니다.



1. 맛있고


저희는 파티를 할 때 배달음식을 먹지 않았습니다. 항상 그 테마에 맞는 음식을 직접 함께 만들었습니다.

컨셉이 레트로 파티면 떡볶이, 순대, 어묵바 같은 걸 준비하고 크리스마스 파티면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어떤 책에선가 낯선 사람들이 만나 하나의 완성작을 만들면 급격하게 서로 친밀감을 느낀다고 했었는데, 역시나 요리는 늘 완벽하게 아이스브레이킹의 큰 부스터가 되어주었습니다. 서로 만든 요리를 나눠 먹으며 급격하게 가까워졌고 본격적인 파티 이전에 유연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입이 열리면 마음이 열린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요.


이 내용이 얼마전에 출간된 책인 '당신을 초대합니다.'에도 나와있더라구요. 

'인플루언서 디너'도 저희와 비슷한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확장해나갔습니다 :) 안읽어보셨다면 추천드립니다!




2. 재밌고


저희는 2주에 한 번씩 파티 콘텐츠를 짜는 아이디어 회의를 했습니다. 한 번도 컨셉은 겹친 적이 없었습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진행한 방학 장례식, 앞에서 언급한 레트로 파티, 야외에서 진행한 피크닉 파티 등 저희는 제일 먼저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컨셉을 기획했습니다. 그리고 컨셉에 맞는 드레스코드와 게임을 짰습니다. 

게임은 보통 아이스브레이킹을 목적으로 런닝맨이나 신서유기 같은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게임이나 보드게임을 주로 했는데, 성인이 되어 이런 게임을 경험할 일이 잘 없다 보니 다들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3. 유익하고


3번째 컨셉이 다른 파티들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컨셉에 맞는 콘텐츠를 짰는데, 이를테면 레트로 파티 때는 부루마블 보드게임을 컨텐츠로 녹여냈습니다. 

원래 부루마블 각 칸에 있는 나라와 도시 이름을 빼고 책이나 세미나에서 나오는 본질적인 질문, 나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들을 채워넣었습니다.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는? 나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각자 현실의 바쁜 삶을 살아가며, 서로에게 무심해집니다. 내 안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사람이 잘 없어서, 말을 아끼게 됩니다.


'죄책감 없는 파티'를 오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사이트를 얻어 갔습니다.


린치핀 파티에 온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서 '오늘도 놀기만 했네. 책 한 자라도 더 봐야 했는데...'가 아닌 '오늘도 많이 배웠다. 일주일 또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놀기만 했을 때 남는 그 무의미함과 찝찝함이 없으니 계속해서 파티에 오고 싶어 했습니다.


이쯤 되면 수익모델이 궁금할 것입니다.



일본에 시루카페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카페의 음료는 가격이 정말 저렴합니다. 0원이죠.


카페 음료가 무료라고? 자원봉사단체인가?


 단, 시루카페는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있습니다. 

와세다 대학교, 도쿄대학교 등 명문대를 다니는 대학생들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예상했겠지만, 시루카페는 명문대 학생들에게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고, 

명문대생들을 채용하고 싶어 하는 대기업들은 기업 홍보를 하거나 교육을 실시하고 시루카페 측에 광고비를 제공합니다.


'죄책감 없는 파티'의 수익모델도 같았습니다.

어차피 2030 세대를 대상으로 파티를 여는데, 할 때마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들면 참석이 부담스러워질 것이라 여겼습니다.


린치핀 파티의 주 참여자가 2030세대인 만큼 이 세대들에게 무언가를 홍보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은 많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기업들에게 광고비를 받고 파티에서 제품들을 PPL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참여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재밌는 파티를 즐길 수 있고, 기업의 입장에선 홍보를 할 수 있고, 

저희는 하나의 수익모델이 완성되는 것이니 손해 볼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만 저희는 광고를 한다고 해서 그것을 숨기거나, 길게 설명을 해서 파티의 분위기를 깨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은 이온음료를 협찬받았는데, 저희는 파티 중 그걸 다 마시고 물을 채워 볼링핀으로 활용했습니다. 

사람들은 볼링을 하면서 계속 그 이온음료를 무의식적으로 보게 되었고, 그런 재미있는 홍보 활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했습니다.



지금의 2030 세대들은 상품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 상품으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제품을 계속 보고 갖고 놀 수 있도록 파티에 잘 녹여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협찬이나 홍보되는 제품도 슬슬 많아질 무렵,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것입니다.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