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관념을 부수는 토끼의 단단한 킥

킥복싱의 세계로 다양한 개성을 연결하는, 정다희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이어지고 포개집니다. 어느 때는 우리보다 앞서가며 뒤따르는 우리의 손을 잡아끌고, 어느 때는 의욕적인 우리의 뒤꽁무니를 쫓아와 힘을 보태죠. 그러니까 시간이 없다는 말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은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지휘하고 매만질 수 있는 대상이니까요. 

우연한 계기로 킥복싱을 만난 사이더 다희 님. 단순한 취미로 즐길 수도 있었지만, 이 매력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대요. 그래서 자신이 가진 다양한 시간의 영역을 쪼개고 이어붙이기 시작했어요. 취미에서 일로, 일에서 또 취미로! 킥복싱은 남성적인 운동이라는 관념을 부수는 '키킹버니'의 킥을 보여드릴게요!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본업은 상품기획팀에서 일하는 직장인이고요. 킥복싱을 하는 정다희 입니다!



Q. 다희 님의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위 이미지를 누르면 키킹버니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오래 준비해온 ‘키킹버니(KICKING BUNNY)'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키킹버니는 복싱, 킥복싱, MMA라는 종목의 스포츠 의류 및 잡화 브랜드예요. (인스타그램: @kicking.bunny)



Q. 복싱, 킥복싱, MMA 브랜드라니, 너무 멋진데요!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킥복싱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어요. 그동안 복싱이나 킥복싱, MMA와 같은 운동은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다가, 우연히 킥복싱 관련 에세이를 읽고 시작하게 됐죠.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고 운동 효과도 엄청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 운동을 더 많은 분께 알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킥복싱은 저처럼 평범한 여성분들께는 정보가 많이 없어서, 단기 다이어트용 운동이나 과격한 남성 스포츠로만 인식되더라고요. 그래서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 같았죠. 이 세 종목의 고착화 된 이미지와 인식을 깨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보고자 브랜드' 키킹버니'를 만들었어요. '키킹버니'는 그동안 남성 스포츠로만 여겨져 온 영역에 뛰어드는 평범한 여성들의 개성과 문화를 응원하는 브랜드입니다.



Q. 키킹버니는 어떤 분들께 도움이 되나요?

키킹버니(KICKING BUNNY)는 킥복싱의 ‘kicking step’과 토끼를 뜻하는 영어 ‘bunny’의 합성어예요. '뛰는 토끼'라는 뜻이죠.


복싱, 킥복싱, MMA를 용기있게 시작한 모든 분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체육관 구석에서 무림의 고수처럼 샌드백을 치는 사람처럼 잘하지 않아도 되고, 과격하거나 터프하게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요. 킥복싱에 관심은 있지만 시작이 두려운 분들의 허들을 낮춰 드리는 게 키킹버니의 목표예요. 또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많은 킥복싱 체육관이 문을 닫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지금은 더욱 '다이어트 복싱' 외에 일반인들이 킥복싱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아요. 저와 같은 평범한 여성들이 킥복싱을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 자연스레 이전처럼 킥복싱 체육관도 활발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어요.



Q. 브랜드를 론칭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도 있었겠어요.

우선 킥복싱이라는 스포츠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요가나 필라테스 운동복이 비싸도 꾸준히 인기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예뻐서'라는 결론이 나더라고요. 운동을 재밌게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쁜 운동복을 입고 ‘오늘도 운동을 마친 멋있는 나’라는 만족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킥복싱 복장은 체육관에 비치된 검은 티셔츠와 반바지, 또는 튀는 컬러를 가진 스포츠 팬츠가 전부예요. 저조차도 그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원하는 핏과 룩을 찾아다녔죠.


Q. 그렇게 바로 운동복을 만든건가요?

아뇨, 키링 제품을 먼저 론칭했어요. 의류 라인 론칭은 내년을 목표로 두고 있고요. 저는 직장인인 데다가 시작부터 MOQ (최소 발주 수량)가 큰 의류 시장에 도전하긴 어려웠어요.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마음에 복싱 글러브 모양의 뜨개 키링을 제작했죠. 이 키링은 반지나 귀걸이 같은 작은 악세사리를 보관할 파우치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제가 직접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 뜨개 고수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며 만든 거예요. 거의 4개월간 매주 뜨개질을 배웠어요.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지만, 길게 놓고 봤을 때 키킹버니의 시그니처 상품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어 버틸 수 있었네요. 직접 만든 핸드 메이드 상품이라 더 의미가 있고요.



Q. 사이드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예요?

사실 키킹버니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제가 운동 계정으로 활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kick.diaries)과 유튜브 채널을 빼놓을 수 없어요. 킥복싱을 시작하면서 만든 계정이라 저의 지난 모든 시간이 아카이브 되어 있죠. 서툴고 어색한 모습이 담겨 있는데, 그런 모습에도 '킥복싱에 관심이 생겨서 등록 하려고 한다', '운동을 등록하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라는 메세지를 받을 때 가장 뿌듯해요.



마지막으로 사이더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만의 색으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모든 분의 MOVE를 키킹버니가 응원합니다! :)



Credit.

Interviewer / Edit / Design | 슬기 (@s_eul.g)
Interviewee | 다희 (@kick.dia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