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다시 일어나 걷는 거북처럼, 성실하게

식물의 특별함을 찾아 사람들과 나누는 웅


누군가에겐 로망이고, 누군가에겐 기회인 사이드 프로젝트. 저마다 정의는 다르겠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사실은 동일할 거예요. 머리로만 그려 오던 일들이 온전히 나의 결정과 선택에 의해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이 들어요. 물론 일에 진척이 나지 않는 순간도 있어요. 하지만 나만의 길을 걷다 보면, 나의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도움의 손길들도 모입니다. 그때부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죠.

오랫동안 식물원에서 가드너로 일하다가 자신만의 관점으로 식물을 큐레이션 하며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독립한 웅 님도 그랬어요. 이 프로젝트가 나의 취향만 담은 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까? 고민이 많아 망설였지만, 조금씩 꾸준히 하다 보니 파트너가 생겼습니다. 웅 님의 프로젝트 <예비 마법사를 위한 약초학 수업>을 소개할게요!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라고 합니다. 식물원에서 4년간 가드너로 일하다가 퇴사한 후로는 식물 관련 책을 쓰거나 많은 사람에게 식물을 알려주는 가드너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어요.



Q.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위 이미지를 누르면 클래스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예비 마법사를 위한 약초학 수업> 이라는 특별한 식물 클래스를 오픈했어요.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물에 나오는 식물, 혹은 소설 속에나 나올법한 식물을 알아보는 이론 수업이 진행되고요. 뿌리가 둘로 나뉘어 사람의 하반신 모습을 하고 있는 '맨드레이크'보다 특별한 식물을 분갈이 해보는 실습도 있어요. 마치 마법사 학교의 약초학 수업처럼요. 이 수업은 할로윈 시즌에 맞춰 다가오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진행될 예정이에요.



Q.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식물원에서 근무할 당시, 늘 비슷한 교육 프로그램들에 실증을 느꼈어요. 조금 독특한 컨셉을 가진 수업은 모두 어린이 대상 클래스였죠. 그래서 저처럼 특별한 식물 수업을 바라는 어른들을 위한 클래스를 열고 싶었어요. 이번 수업의 컨셉인 해리포터는 제가 가장 애정하는 대상이기도 해요.



Q. 어른을 위한 식물 놀이터 같은 느낌이네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일상 속 식물이나, 보기에 예쁜 식물을 알아가는 워크숍도 좋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식물 수업을 듣고 싶은 분들께 매력적일 거라고 자신해요! 마법 학교 학생처럼 교복을 걸치고, 판타지물에 나올법한 특별한 식물을 배우니까요. 일반적인 식물 교양서에선 잘 다루지 않는 괴상하고 오싹하지만, 아름다운 식물을 소개할 거예요. 그리고 실제 판타지물에 출연하는 식물들이 현실 속 어떤 식물에 영감을 받았는지도 알려드릴게요.



Q. 이제껏 없던 클래스를 기획하면서 고민도 많았겠어요.

*수업 교재로 쓰일 샘플 이미지


맞아요. <예비 마법사를 위한 약초학 수업>은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서도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매력적일 테니까, 수요가 적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모객이 쉽지 않겠다는 불안감이 있었죠. 무엇보다 다른 이들의 니즈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단순히 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나만 좋아하고 끝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꽤 오래 표본을 만들고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과 중단을 반복했고요.


*왼쪽부터 사이더 '여름' 님과 '웅' 님


무엇보다 수업을 진행할 공간을 찾기 어려웠어요. 웬만한 공간 대관료는 너무 비쌌고, 원하는 방식으로 공간 구성에도 제약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여름 님을 사이드의 프리미엄 멤버십 '마스' 3기를 통해 만났는데, 여름 님도 해리포터를 엄청 좋아하시는 거예요! 여름 님께서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을 때 정말 기뻤어요. 덕분에 여름 님이 운영하는 공간, 여름청춘에서 약초학 수업을 할 수 있게 됐답니다!



Q. 진행과 중단을 반복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프로젝트인데, 결국 해내고 보니 어떤 점이 가장 뿌듯한가요?

구상만 했던 기획이 눈에 보이는 점이요! 아직 수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공간 구성과 수업 시연 사진을 촬영 했을 뿐인데, 벌써 클래스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처럼 즐거워요! 부족하지만 첫 발을 내디딘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해요!




Credit.

Interviewer / Edit / Design | 슬기 (@s_eul.g)
Interviewee | 웅(@salad.yeonma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