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백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채워요

주말랭이 '몽자' X 호비클럽 '지혜'


아무리 아름다운 계절도 때가 되면 시들어요. 하지만 기세가 약해졌다는 사실이 곧 영원한 작별을 의미하진 않죠. 잠깐 다른 계절에 자리를 내어줬을 뿐, 적당한 철이 오면 다시 새삼스럽게 피어나거든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그래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타오르다가도, 어느 틈에 싸늘히 식어버리죠. 하지만 이 변덕을 야속하게 여기지 마세요. 마음이 바뀌는 건 시간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대신 지금 내게 일어난 변화에 집중하고, 새로운 경험을 채워보세요. 지나간 애정의 자리가 구멍 나지 않고 넉넉해질 거예요.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취미로 삼는 이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호비클럽 '지혜'와 주말랭이 '몽자'의 인터뷰예요. 지혜와 몽자의 담백한 이야기와 이들이 준비한 프로젝트는 내면에 울리는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들어요.


Q.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지혜: 사계절 취미 커뮤니티 ‘호비클럽(hobby club)’을 운영하고 있는 황지혜라고 합니다. 호비클럽은 ‘취미가 뭐야?’ 라는 질문에 누구나 확신에 찬 눈빛과 말투로 좋아하는 것을 말할 수 있도록, 계절별 취미를 제안하고 함께하는 커뮤니티예요. 제철 취미를 큐레이션하며, 호비어(hobbier) 멤버들을 모집해 봄에는 막걸리를 만들고, 여름에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식물을 키우며 풍성한 일상을 응원해요. 호비클럽은 전문성과 수행 빈도에 상관없이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취미’로 정의해요. 올해 봄엔 더 많은 사람이 취미로 가득한 삶을 누리도록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책 ≪사계절 취미 잡화점, 호비클럽으로 오세요≫를 출간했어요.



몽자: 주말에 뭐 하지? 주말 놀거리를 큐레이션 하는 뉴스레터 ‘주말랭이’를 운영하는 몽자(황엄지)입니다. 행복한 주말이 월요병을 치료 한다는 믿음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주말에 가볼 만한 곳이나 즐길 만한 것들을 추천하고 있어요. 주말에 진심인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모이다 보니 지금은 3.5만 명과 함께하고 있네요!



Q. 최근 두 분이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가요?


몽자 & 지혜: 주말랭이와 호비클럽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간의 여백’을 풍성하게 보낼 방법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닮았어요. 주말랭이는 주말을 채우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호비클럽은 취미를 큐레이션하고,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죠.

이렇게 서로 닮은 저희는 ‘주말에 이거 해볼래요?’ 라고 제안하는 것을 넘어 ‘함께 해봐요!’ 하고 손 내미는 모임을 기획했어요. 주말랭이 구독자들에게 호비클럽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파일럿 프로젝트죠. 커뮤니티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덴 리소스가 많이 드는 만큼, 호비클럽을 통해 테스트해보는 과정이기도 해요.



이번에 기획한 호비클럽 여름 프로그램, <book talk, book mark>를 소개할게요.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찾아보고, 뜨개라는 새로운 취미를 시도해보는 모임이에요.



첫 번째 시간으로 책 ≪사계절 취미 잡화점, 호비클럽으로 오세요≫ 미니 북토크를 진행할 거예요. 다양한 취미 이야기가 담긴 책을 바탕으로 서로의 취미를 나누고, 나의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는 시간이에요.



곧이어 클로즈닡클럽(close knit club)의 뜨개 클래스가 이어집니다. 부드러운 촉감을 가진 실과 동그랗고 울퉁불퉁한 원석으로 뜨개 책갈피를 엮을 거예요. 뜨개질 하면, 어렸을 적 취미로 직접 마련한 목도리만 떠오른다면, 이번 기회로 더 넓고 근사한 뜨개의 세계에 들어오세요! 내 취향의 물건을 직접 두 손으로 만들어내며,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멋진 취미거든요.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려면 사소한 계기가 꼭 필요해요. 그날의 장면과 분위기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하고 있어요. 6월 25일 일요일,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될 모임에 기대하는 마음만 챙겨 오세요. 책과 뜨개 커리큘럼, 실과 바늘, 원석과 같은 준비물은 저희가 준비할게요. 여러분이 아끼는 책에 직접 만든 책갈피가 끼워져 있는 걸 상상하면 벌써 신이 납니다!


<book talk, book mark> 자세히 보기🧶



Q.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지혜: 실은 저희가 처음 기획한 프로젝트는 <We knit hobby> 라는 2주 프로그램이었어요. <We kint hobby>는 뜨개로 실을 엮어 나가듯이, 취미를 엮으며 서로가 함께 연결되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북토크와 두 번의 뜨개 클래스로 구성했었어요. 2주 동안 각자의 일상에서 기존의 취미 생활에 뜨개를 더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마지막 과정으론 'Hobby Carrier' 네트백을 만들어 어디든 취미를 담아 다닐 수 있도록 기획했었죠. 하지만 여러 고민 끝에 내용을 덜어내고 조금 더 가벼운 구성으로 변경했어요.



호비클럽은 취미 생활을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좋아하는 마음’에 집중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겨요. 자신의 상태를 살피며 즐거움의 이유를 발견하고, 타인과 함께 그 마음을 나누고, 기록하도록 돕고 싶어요. 꼭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단 하루라도 그런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면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획을 수정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외부 파트너와 함께 협업하는 프로젝트라서, 저도 우당탕탕 경험으로 배운 게 많아요. 덕분에 호비클럽에 대해 더 진지하고 깊게 생각했네요!


몽자: 처음 프로젝트를 구상할 땐, 구조를 섬세히 설계한 게 아니라 그저 '구독자들의 주말에 새로운 환기를 불어줄 수 있겠다'는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혜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당탕탕거렸죠. 또 프로젝트 기간이 주말랭이의 책 ≪여기 가려고 주말을 기다렸어≫ 출간 일정과 겹치며 물리적인 시간이 타이트한 점도 고민이었어요. 주말랭이가 그동안 큐레이션 한 취미 클래스와 다른 방식으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더 고민했어요.



Q. 두 분은 마스 1기 멤버로 처음 만나셨잖아요. 커뮤니티 활동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혜: 저희는 너무 공통점이 많아요.처음엔 마스 1기 사이더 릴레이 인터뷰로 만났어요. 당시에 저희가 사이드 뉴스레터 리퍼럴 포인트 1등과 2등이었거든요. :) 당시엔 둘 다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성향이나, 서로가 처한 상황도 비슷했어요. 그래서 서로 나눌 수 있는 고민과 경험이 많았어요. 특히 각자 운영하고 있는 주말랭이와 호비클럽의 지향점이 닮았기 때문에 더욱 무언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번 제가 마스를 등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이에요. 저마다 다른 영역에서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과 주고 받는 배움과 응원이 정말 값지거든요. 저희끼리는 이걸 ‘건강한 마음의 빚’이라고 표현해요. 다정하게 받은 도움을 다시 각자의 방식으로 갚아나가는 거죠. 서로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늘 몽자 님에게 건강한 마음의 빚을 지고 있어요.


몽자: 지혜 님은 '나'라는 정원을 건강하게 가꾸는 사람이에요. 본업이 바쁨에도 반짝이는 눈을 잃지 않으려,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와 취미를 해내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어요. 닮고 싶은 사람을 보면 계속 응원하게 되잖아요. 저 역시 지혜 님을 응원하는 마음에 계속 이것저것 함께 하자며 따라다니는 거예요. 마스에는 지혜 님처럼 눈이 반짝이는 분들이 많아서 건강한 자극을 주고 받게 되는 것 같아요.



Q. 취미와 주말에 진심인 두 분! 사이더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혜: 사이더 여러분, 본인의 ‘좋아하는 마음’을 의심하지 말고, 계속 보듬어주세요. 그 마음이 변덕을 부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세요. 우리는 또 다른 걸 좋아하러 나서면 되니까요. 좋아하는 마음은 새로운 일의 시작점이 될 수도, 쉼의 시간이 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지금, 이곳의 삶을 생생히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예요. 취미가 뚜렷할수록 나의 세계가 단단해지고 넓어진다고 믿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채기 어렵다면, 6월 25일에 호비클럽과 함께 찾아봐요!


몽자: 꼭 무언가 되지 않더라도, 어떤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걸 하나씩 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되는 건 충분히 멋진 인생 아닐까요?

아무래도 평일엔 '나'를 탐구하기엔 물리적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매 주말 소중한 시간을 활용하세요. 주말은 디지털 세상의 알고리즘이 안내하지 않는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기에 딱 좋답니다. 주말마다 나를 더 사랑하러 떠나봅시다.


Credit.

Interviewer / Edit / Design | 슬기 (@s_eul.g)
Interviewee | 지혜 (@justhappening__), 몽자 (@eomj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