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INTERVIEW
브랜드는 공동체에 
기여해야 합니다

의미를 찾고 만드는, LMNT 대표 최장순

'브랜드는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LMNT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의 책 ≪일상의 빈칸≫ 저자 소개 첫 문장이다. 자기를 소개할 때 이름도 아니고, 소속이나 이력도 아닌 자신의 신념을 먼저 전언하는 사람은 어떤 유형일까? 다른 건 몰라도, 이 한 문장이 지금의 최장순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브랜딩 에이전트를 운영하며 여러 브랜드에 새로운 의미를 찾아주고 만드는 그는, 자신의 일이 그 브랜드를 넘어 사회 공동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꿈꾼다. 사회는 건강하게 자란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그 동력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사회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니까. 사회가 하나의 의미로 해석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와 견해로 이루어질 때, 우리의 세계는 끝을 모르는 바다처럼 펼쳐질 것이다.


때론 글이나 그림으로, 그리고 음악과 문화로. 새로운 의미를 타인에게 가닿는 언어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툴을 사용하는 데에도 망설이지 않는 최장순. 그는 오늘도 '트렌드'라는 이름의 현상을 좇는 대신 일상의 빈칸을 두드리며 삶 곳곳에 신선한 바람을 주입한다.

SIDE X 최장순 | INSPIRE
SIDE X 최장순 | INS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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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레임은 내가 직접 만든다

융: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장순: 안녕하세요, 의미를 찾고 의미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장순이라고 합니다.


융: 제가 오늘 대표님 명함을 받았는데, 직함이 '브랜드 필로소퍼(Brand Philosopher)'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브랜드 필로소퍼, 어떤 의미인가요?

장순: 보통 브랜드나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씬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 톡 튀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시는데, 저는 그렇진 않아요. 대신 직관적인 아이디어나 남들이 따라가는 행위 이면에 있는 것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래서 이 직함도 누가 별명으로 붙여주신 거예요.


융: 사회 초년생 땐 '실력이 없으면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다고요. 그럼에도 16년째 이 일을 하고 계신 이유가 있나요?

장순: 다른 거 할 게 없더라고요. (웃음) 예전 선배들은 아무래도 기존의 관습이나 말랑말랑한 말장난스러운 위트에 익숙한 분들이다보니까 저랑 스타일이 달랐어요. 저는 충분히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아니, 넌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어. 그래서 문제야.” 이런 피드백을 받기도 했죠. 그래서 그냥 내 스타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프레임은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저는 언어학을 공부했고, 좋아해요. 언어학을 통해 기호학과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제 나름의 세계관이 정립됐어요. 그렇게 배운 여러 학술 용어들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어요. '이런 걸 알면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텐데', '관계망이 다르게 디자인 될 텐데' 하고요. 근데 학술 용어는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 어렵잖아요. 그래서 언어학 전공자를 뽑는 회사에 들어갔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제 길을 찾았어요.


융: 현업에서 일하기 전부터 언어학과 기호학을 공부하면서 내면에 쌓아온 것들이 엄청 많았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언어학을 전공하고 싶었나요?

장순: 아뇨. 지금은 종교가 없지만, 예전에 교회를 열심히 다녔는데요. 그래도 믿음이라는 게 생기지 않았어요. 영어 성경을 읽으면 좀 나으려나 싶어서 비교해보다가, 이럴 게 아니라 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엔 서울대 종교학과를 찾다가 그와 비슷한 느낌의 언어학과를 선택한 거예요. 그리고 학부 3학년 때 운이 좋게도 고대어 강좌들도 막 생겼어요. 수메르어나 라틴어 같은. 이 공부가 현업에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도움을 주진 않지만, 덕분에 생각하는 훈련을 많이 받았어요.


융: 엘레멘트 (LMNT), 회사 이름에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장순: 저희 회사 이름은 '요소'라는 뜻의 ELEMENT에서 모음을 뺀 건데요. 엘레멘트는 '심플 이노베이션(Simple Innovation)'을 지향해요. 고객사를 만나 예산을 따내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이런 저런 요구 사항을 많이 주시잖아요. 그런데 막상 브랜드를 평가하고 자산을 진단해보면, 어떤 문제는 로고 하나만 바꾸면 되고, 어떤 문제는 슬로건만 바꿔도 되고, 매장 내 테이블 배치만 달리 해도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요소들을 측정해서 간편한 혁신을 이뤄보자는 생각이에요.

제가 한창 돈이 없을 때, 어머니와 함께 살 때의 일인데요. 한번은 저희 집 화장실 수도꼭지가 고장나서 돌아가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가 펜치를 항상 가까이에 두고 수도꼭지를 돌려가며 샤워를 하곤 했어요. 어느 날엔 그 꼭지가 아예 빠져서 구멍이 났는데, 거기다가 피스 못을 박아 조이스틱처럼 만들어 두셨죠. 저는 이런 게 심플 이노베이션 같아요.


융: 서브컬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문화 플랫폼 Kasina (카시나)에 엘레멘트가 자회사로 편입됐다는 소식 들었어요. 에이전시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어떻게 카시나와 손을 잡게 됐어요?


장순: 카시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카시나는 국내 스트릿 서브 컬처의 원조, 오리지널 브랜드이자 플랫폼이에요. 카시나 이은혁 대표님은 스물 세 살에 대한민국 보드 씬에서 탑을 찍은 분이고, 서브 컬처 씬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맏형 역할을 해오셨는데, 저는 그게 더 알려지지 않아 아쉬웠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재밌는 것을 만들어보자고 제안드렸죠.

융: 이것도 업무 프로젝트를 통해 알아온 관계로 시작된 일이네요!

장순: 그렇죠. 서브 컬처라고 하면 하위 문화가 여럿 많아요. LGBT 문화나 군대 문화도 하위 문화죠. 그런데 서브컬처, 특히 스트릿 쪽을 보면 패션 형태의 룩(Look) 위주로만 보여지는 것 같아요. 저는 표면적인 디자인에 대한 공허함이 있어요. 이 서브 컬처를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볼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한 거죠.


융: 요즘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요. 좋아하는 것들을 일로 연결한 대표님의 첫 번째 경험이 궁금해요.

장순: 전 구체적인 플랜이나 목표를 세워서 계획대로 산 적이 없어요.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거, 잘할 수 있는 거, 잘하지 못해도 해야만 하는 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해요. 어렸을 땐 줄곧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글쓰고 토론했어요. 사회 초년생 땐 작은 신문사에서 일했죠. 거기서 내가 얼마나 형편 없는지를 선배들 보면서 깨달아 좋았죠. 그리고 다음으로 지금 이 씬으로 오게 된 거예요.

지난 16년 간 일하며 깨달은 작은 발견은, 뭘 하고 싶으면 주변에 떠들고 다니면 된다는 거예요. 저는 작게라도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주변에 떠들고 다닙니다. 아, 공간 디자인 하고 싶다 하고. 그러면 일이 생기더라고요.


융: 맞아요, 진짜 그런 거 같아요. 얘기를 하고 다니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걸 알게 되면서 연상 이미지가 생기더라고요. 대표님은 계속 새로운 일을 시도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두려움을 느끼는 편인가요?

장순: 저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일을 받으면 두려움 대신 '어떻게 하면 되지?' 이 고민들로 날을 새요. 저도 주니어 시절엔 두려웠어요. 하지만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니까 앞으로 익숙한 일은 점점 더 사라질 거라는 걸 디폴트로 생각하면 두려움이 사라져요.


융: 새로운 일을 기꺼이 해보는 동기가 있나요?

장순: 딱히 그런 건 없어요. 하다 보면 잘해야 하니까 잘하고 싶어져요. 제가 잘해야 제 동료들이 더 후광을 받으니까요. 제 전성기가 동료들의 전성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특정 나이가 되면 그 나이에 맞는 포지션으로 이동 해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럼 지금 저의 자리를 누군가 채워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 회사는 학교 성향을 띄기도 해요. 제가 직접 동료들 강의를 해주기도 하고,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가르침은 다 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일상의 빈칸에서 발견한 의미,
의미로 확장하는 세계

융: 최근에 쓰신 책 ≪일상의 빈칸≫을 읽으면서 진짜 작은 것들로부터 다른 관점을 발견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장순: 저는 순발력이 약한 편이에요. 크리에이티브 씬에서는 순발력 있는 사람들이 주목 받곤 하죠. 그런데 이 씬에선 때로 너무 당연한 것들은 굳이 고려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더라고요. '새로운 트렌드 뭐 있어?' 하는 식으로 말하니까 새로운 무언가 나오는 것 같지만, 사실 Value의 공식은 Benefits/Cost 거든요. 여기서 Benefits 자리에 성능이 들어가면 결과 값이 가성비가 되는 거고요. 시간이 들어가면 가시비, 이모션이 들어가면 가심비가 되는 거죠. 이런 원리는 안 알려주고, 표면적인 트렌드 워딩으로만 장사 하려고 하는 태도들이 제 취향은 아니에요.

융: 이 책에서 일상의 빈칸을 채운다는 관점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네요.

장순: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바나나는 부자들이 먹는 과일, 혹은 원숭이의 식량이었어요. 한때는 바나나병이 유행이기도 했고, 최근엔 바나나가 아트의 영역으로 들어왔죠. 바나나라는 사물 하나만 보더라도 의미의 맥락이 이동되면 의미가 재정의 되고 바뀌어요. 크리에이션이라고 하는 건, 하나의 사물이나 존재를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취재하고 경청만 하더라도 입체적인 관점을 얻게 되죠. 사실 어떤 사물은 하나의 의미로 꽉 차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의미가 채워질 빈칸을 여럿 갖고 있어요. 그래서 일상은 수만, 수천 개의 관점과 수십만 가지 유니버스로서 빈칸을 갖고 있다는 의미예요.


융: 제가 최근 집중력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요. 요즘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대요. 그 책을 읽으며 크리에이터에겐 몰입의 순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표님이 최근에 받은 영감은 무엇인가요?

장순: 다른 브랜드 마케터나 디자이너, 다른 에이전시들이 했던 모든 작업이 다 영감이에요. 매일 동료들과 하는 이야기도, 저의 두 아이의 낙서도 다 영감이에요. 저는 머리가 복잡하고 아이디어가 막히면 고전 인문학 책들을 찾아봐요. 독일 관념론부터 니체, 들뢰즈 이런 사람들의 책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사고에 감탄하죠. 어떻게 이렇게 비틀어서 생각을 할까, 하고.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는 삶

융: 언어학 전공이시니까, 언어학적으로 꿈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요.

장순: 의미론적으로 꿈은 가져야 되는 것처럼 학습되어 왔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꿈이 없었어요. 근데 꿈이 없으면 문제일까요? 자본화 된 현대에 인식되는 '자기다움'이 꿈이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의미의 쏠림 현상을 좋아하지 않아요. 어떤 것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문제 있는 꼰대처럼 취급을 받는 것도 그렇고요.

내 꿈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남의 꿈을 응원하는 삶도 멋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에이전트 역할을 하면서 브랜드를 키워주는 일을 대신하고 있어요. 그리고 브랜드가 커지는 건 클라이언트들의 꿈이기도 하지만, 그게 제 꿈이 되기도 해요.

매번 제 꿈은 바뀌지만, 저는 줄곧 의미 해독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특정 의미에 무시된 공동체의 의미를 찾아주고, 의미 때문에 소외감을 느꼈던 사람들의 존재를 조명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여기 성 중립 화장실이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자꾸 던지면 담론이 형성되고 의미의 수용성이 넓어져요. 그렇게 진보하는 공동체로 나아간다고 생각해요. 의미의 폭을 넓히는 것이 기호학의 사명이죠. 다시 돌아와서 언어학적으로 꿈이란 단어를 얘기한다면, '꿈은 다양하다', '누군가의 꿈이 다른 누군가에겐 꿈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융: 평소 멋있다고 생각해 온 브랜드나 사람이 있나요?

장순: 자기를 아는 브랜드들이 멋있어요. 멋있는 브랜드가 반드시 재무적으로 성공한 브랜드는 아니에요. 38년 간 보이지 않는 데서 꾸준히 무상 급식을 제공 해온 '한길봉사회'라는 곳이 있어요. 김종은 회장님이 운영하시는 사단법인인데요. 이 회장님은 원하는 게 없어요. 당신이 굶었던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이 사회 공동체에 그런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사명 하나로 무상 급식을 38년 하신 거죠. 되게 멋있는 브랜드예요. 저는 꾸준히 자기가 가야 하는 길을 일관성 있게 가는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매아리 첫 활동을 이곳과 함께 했어요.


융: 매아리 얘기도 해보고 싶어요. 우선 매아리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소개해주세요.

장순: '매일 부르고 싶은 아름다운 이름'이라는 뜻으로 무료로 이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잠깐 쉬고 있지만, 벌써 활동 10년이 됐네요.


융: 비영리 단체의 이름을 지어주는 거죠?

장순: 맞아요. 공익 활동을 하려는 기업의 프로젝트 명을 지어주기도 해요. 에이전트에서 대기업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대기업에서 쓰지도 않는 이름들을 독점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도둑 맞은 언어를 찾아주거나 새로 만들어주자는 취지도 갖고 있어요.

대기업이라는 유통망을 통해서 선하고 필요한 의미가 세상에 유통돼요. 고용이 창출되고, 세원이 확보 되고, 그게 공동체에 순환 되죠. 아무래도 작은 브랜드를 통해 의미를 유통하는 덴 한계가 있어요. 저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융: 제가 경영대를 나왔는데,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라는 배움이 늘 불편했어요. 또 그 말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고요. 기업의 목적에서 공동체를 배제하고 돈에만 두었을 때 잘못된 사례가 많은 거 같거든요. 대표님이 늘 하는 말씀도 이 부분과 통하는 거 같아요. '브랜드는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 브랜드가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가 있나요?

장순: 단순히 숫자 계산에서만 봐도 그래요. 브랜드가 커지면 공동체의 여러 재원과 세금 혜택을 받아요. 결국 기업은 공동체의 많은 자산을 쓰면서 커지죠. 규모가 커지면 더 낮은 금리의 돈을 빌릴 수 있고요. 그 돈은 누구의 것인가요? 국민들의 돈이죠. 그럼 당연히 기여해야 하는 거예요.

메세지를 알리는 것,
단 하나의 목표와 수많은 방법

융: 대표님은 언어학, 기호학, 철학, 이 세가지를 탐험하고 있다고 느껴지네요. 엘레멘트 컴퍼니 매니페스토 맨 하단에 '롤랑 바르트를 기리며 (In memory of Roland Barthes)' 라고 쓰여 있던데,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장순: 저는 롤랑 바르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어요. 학부 때부터 그의 연구와 분석을 공부하면서 나도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롤랑 바르트가 말한 외시와 공시라는 개념이 있어요. Denotation, 외시는 보이는 대로 묘사 하는 걸 말해요. 예를 들어 저쪽에 에어컨과 카메라, 화분이 있다는 걸 말하는 거예요. 어떠한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인 거죠. 그런데 이렇게 대상을 나열 하고 보면, 이곳이 스튜디오라는 1차 의미를 얻게 돼요. 여기서 의미 해석을 멈추는 게 아니라 숨은 의미를 찾아 보는 게 Connotaiton, 공시예요. 이 공간에서 호스트가 '이건 어떻게 쓰지?'라고 말한다면 '이 공간은 호스트의 것이 아니고, 어떤 사업자의 공간이고 호스트는 공간을 빌린 것이구나' 식으로 추론을 할 수 있어요. 이게 공시예요.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것.


© 최장순 대표 인스타그램 / LMNT의 매니페스토
© 최장순 대표 인스타그램 / LMNT의 매니페스토

프랑스 극우 잡지 《파리 마치》에 표지 사진으로 흑인 병사가 프랑스식 경례 하는 모습이 담긴 적이 있어요. 프랑스 극우 단체들은 이 사진을 보고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 거예요. '프랑스 제국주의는 흑인도 경례하게 만드는 구나. 이렇게 평등하고 당연한 이데올로기는 따라야 마땅하다'. 하지만 롤랑 바르트는 이러한 해석이 당연하지 않다는 새로운 의미의 로직을 서술했어요. 여러 일상의 모습들을 통해서 말이죠.

브랜드에는 고정된 연상 이미지가 있기 마련인데, 그 인식을 다르게 리포지셔닝 할 때 롤랑 바르트의 로직을 적용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요.

롤랑 바르트는 이 흑인 병사의 사진을 커버로 인용한 모습을 두고 프랑스의 제국주의를 정당화한 사진이라고 비평했다.
롤랑 바르트는 이 흑인 병사의 사진을 커버로 인용한 모습을 두고 프랑스의 제국주의를 정당화한 사진이라고 비평했다.

융: 이러한 관점을 기획의 툴로 활용하시는 거 같아요. 내가 해온 일들이 나를 위한 일로 이렇게 연결되는 게 신기하네요. 요즘 새롭게 탐험 중인 새로운 기술들이 있나요?

장순: 일단 거의 다 써보고 있는데요. 디자인 전시나 음악 작곡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요.


융: 전 디자인 AI 툴을 대표님 책 보고 알았어요. 이런 쪽으로도 되게 많이 탐험 하고 계시네요?

장순: 제 목표는 하나예요. 메세지를 널리 알린다. 근데 책은 잘 안 읽는 시대고, 정립은 단단히 해야 하니까, 사람들이 안 읽으면 그걸 음악으로 번역해서 알려야겠다, 혹은 그림이나 패션으로 알려야겠다는 게 제 방식이에요.


융: 사이드를 좋아해주는 분들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고민인 분이 많아요. 또 아직 내가 뭘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많죠. 마지막으로 그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장순: 저도 제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가 싶었어요. 그럴 때마다 '지나고 보니 내가 뭘 할 때 마음이 편했나', 하고 생각해보면 좋아요. 그런데 또 인생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도 없고, 좋아하는 일을 우선 순위에만 올릴 수도 없는 거 같아요. 살아 보니 너무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하는 일도 있어요. 저희 회사도 있어야 할 곳에 있어요. 있어야만 하는 곳.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우선 순위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의 범주를 나눠보세요. 혼자 하는 일, 누군가와 같이 하는 일, 즐거웠지만 힘들었던 일, 몸도 안 힘들 정도로 행복했던 일. 그 중에 에너지를 덜 들이는 걸 먼저 해보면 가급적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돼요.



Credit.

Interviewer | 융 (@alohayoon)

Interviewee | 최장순(@choejangsoon)

Edit | 슬기 (@s_eul.g)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


SIDE에선 의심 대신 응원을,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하기 전에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여러분의 스펙트럼이 펼쳐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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